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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수비수 현영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지난해 10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올림픽 상비군과 함께 대구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당시 상비군 훈련을 지켜보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데다 간간이 날리는 킥이 돋보인 선수 하나를 찾았다. 현영민(23·울산 현대)이었다. 히딩크 감독에게 현영민이 날린 결정타는 스로인 한방이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던진 스로인이 골문 앞에 있던 골키퍼의 손에 곧바로 잡힌 것이다. 무려 40m가 넘는 거리. 전지훈련 직후 현영민은 차두리와 함께 히딩크호에 승선했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띄기까지 현영민은 철저히 무명이었다. 국가대표로 가는 '엘리트 코스'인 청소년과 올림픽 대표에는 대학 졸업반이 될 때까지 단 한번도 불려간 일이 없다.

"대학 시절 연습밖엔 몰랐습니다. 주말이면 동료들이 집으로 돌아갔지만 숙소에 남아 밤늦게까지 프리킥과 슈팅 연습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곤 일요일에도 또다시 연습이었습니다."

특별한 계기 없이 성실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에게 찾아온 첫 계기는 대학 4학년이 되면서 팀(건국대)의 주장을 맡은 것이다. 김철 건국대 감독은 주장인 현영민을 왼쪽 윙백에 놓은 뒤 그를 중심으로 전술을 풀어갔다. 전보다 훨씬 많은 눈길이 그에게 쏠렸다. 동아시아대회를 앞두고는 난생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축구가 더욱 재미있어졌다. 그러자 유니버시아드 대표에 이어 올림픽 상비군까지 가게 됐다. 그야말로 선(善)순환이었다.

대표팀에 합류한 현영민은 세네갈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불과 15분 출전이었고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전을 거쳐 마침내 올초 북중미 골드컵 쿠바전에서 90분 풀타임 경기를 치렀다.

왼쪽 수비수인 김태영의 백업요원으로 본선에서 한 경기라도 출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누구보다 훈련에 열심이다.최근 "한국은 이번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겨냥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현영민 같은 기대주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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