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오페레타'학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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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유치원에서는 종종 재롱잔치를 벌인다. 아이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부모에게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행사다. 그러나 재롱잔치를 위해 유치원 교사나 학부모는 한바탕 소동을 피우곤 한다. 공연 내용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연습을 시키는 것부터 음악 준비, 무대 의상 마련까지 모든 과정이 시간적·경제적인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재롱잔치를 준비하면서 즐겁게 배우고 부담없이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I eat anything,yum,yum,yum!"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아이들은 박수를 친 뒤 번쩍 뛰어오르며 두 팔을 들어 올린다.아이들은 알록달록한 비닐 옷을 입고 종이 귀를 오려 붙인 모자를 쓴 채 잔뜩 신이 났다. 아이들이 오페레타(음악극)를 연습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도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배역에 맞게 부직포·칼라 비닐 등을 가위로 자르고 종이를 오린 뒤 접착포로 붙여 만들었다.

노래도 여느 동요와는 다르다. 배역 별로 다른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실제로 오페라를 연기하는 듯 실감이 난다.

이날 아이들이 연습한 작품은 '신나는 그리기 쿠킹'의 영어판 오페레타. 배고픈 늑대를 위해 숲속 친구들이 멋진 종이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는 내용이다.

싹싹이(염소)·깡총이(토끼)·찍찍이(쥐)·엉큼이(늑대)등 등장인물에게 재미있는 별명도 붙였다.

이 작품 하나를 통해서 이야기(스토리 텔링)·노래·율동·연극·옷 만들기 등의 활동을 모두 할 수 있다. 영어 유치원인 '필립 스쿨'과 '스와튼' 등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립 스쿨'의 맹윤수 원장은 "아이들이 영어를 가장 쉽게 배우는 방법은 노래를 통한 것"이라며 "어린이들이 한 편의 오페레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하고 옷을 만들면서 즐겁게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아를 위한 이 오페레타는 일본의 유아교육업체인 '메이토'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보령메디앙스가 수입해 한국 실정에 맞게 한국어 및 영어판으로 개발한 것이다. 줄거리·악보·율동·대사·옷본·각본·연출과 음악CD가 포함돼 있다. 의상 재료로 쓰는 비닐과 부직포, 접착포, 기본형 모자 등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입기 쉽도록 준비해 뒀다.

수천~수만원이 드는 의상 대여료도 아끼고 아이들이 직접 의상을 만드는 것도 교육 내용으로 포함시켰다. 음악이나 율동 CD 등의 제품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통합 프로그램은 없었다.

원산지인 일본의 오페레타는 영어판이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만큼 영어 조기 교육에 대한 열기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대학교 아동벤처산업학과 박성옥 교수는 "오페레타는 어휘 발달은 물론 역할 담당, 동작 표현을 통한 자신감과 책임감 형성 등 아이들에게 좋은 통합 교육"이라고 진단했다.

또 "교육 현장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교재·교구를 만드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고 아이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생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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