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고부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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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영원한 숙제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부(姑婦)관계.

며느리의 무조건적인 복종이 요구됐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의 고부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일방통행식 시어머니의 지시보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의견 조화가 더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서혜경 교수는 "최근의 고부갈등은 가부장적 고부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이라기 보다 세대차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서교수는 원만한 고부관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서로 할말이 있을 땐 쌓아두지 말고 그때 그때 풀기 ▶부부만의 '커피 타임'처럼 고부간의 '커피 타임'만들기 ▶아들과 남편이 모르는 고부만의 문화나 비밀 만들기 등을 제안했다.

또한 변해가는 고부관계 속에서 시어머니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며느리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성신여대 생활과학대 김태현 교수는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삶의 공간과 방식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나름의 비법으로 고부 관계를 풀어가고 있는 주부들의 얘기다.

▶시어머니를 친정 어머니라고 생각한다=결혼 10년차 이용선(35·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씨는 시어머니가 싫은 소리를 할 때마다 '저 말을 친정 엄마가 했다면'하고 바꿔 생각한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한 말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예민해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씨는 "시댁 식구라 어렵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부터가 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시어머니의 말도 딸한테 엄마가 하는 잔소리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평소에 작은 선물을 한다=어버이날이나 생신 등 특별한 날에만 드리는 거창한 선물보다 평소에 하는 작은 마음의 선물이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더 친밀하게 할 수 있다. 주부 김준희(31·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씨는 시어머니도 '여자'라는 생각을 갖고 예쁜 물건이 생기면 시어머니 것을 하나 더 준비한다. "꼭 비싼 선물이 아니라도 시어머니와 친밀해지는 계기가 된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시어머니의 노하우를 존중하고 자주 묻는다=최영진(30·경기도 안양시 달안동)씨는 아이 키우는 방법, 음식 조리방법, 살림하는 비결, 장 보러 가서 물건 고르는 법 등을 시어머니께 묻곤 한다. 최씨는 "어머니는 자신의 삶의 연륜을 존중받는다고 생각해서인지 기분 좋아 하신다"고 말했다.

▶갈등이 있을 땐 대화로 푼다=주부 박기영(32·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씨는 마음에 쌓인 게 있을 땐 쌓아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시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말대꾸를 하는 것은 아니고 조금 지난 후에 기분 나쁘지 않을 수준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다. "계속 기분 나쁜 채로 있으면 결국 사이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박씨는 "애교스럽게 반박하면 시어머니도 결국 이해해 주신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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