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영원한 숙제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고부(姑婦)관계.
며느리의 무조건적인 복종이 요구됐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의 고부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일방통행식 시어머니의 지시보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의견 조화가 더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서혜경 교수는 "최근의 고부갈등은 가부장적 고부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이라기 보다 세대차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서교수는 원만한 고부관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서로 할말이 있을 땐 쌓아두지 말고 그때 그때 풀기 ▶부부만의 '커피 타임'처럼 고부간의 '커피 타임'만들기 ▶아들과 남편이 모르는 고부만의 문화나 비밀 만들기 등을 제안했다.
또한 변해가는 고부관계 속에서 시어머니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며느리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성신여대 생활과학대 김태현 교수는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삶의 공간과 방식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나름의 비법으로 고부 관계를 풀어가고 있는 주부들의 얘기다.
▶시어머니를 친정 어머니라고 생각한다=결혼 10년차 이용선(35·경기도 용인시 수지읍)씨는 시어머니가 싫은 소리를 할 때마다 '저 말을 친정 엄마가 했다면'하고 바꿔 생각한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한 말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예민해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씨는 "시댁 식구라 어렵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부터가 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시어머니의 말도 딸한테 엄마가 하는 잔소리와 똑같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다.
▶평소에 작은 선물을 한다=어버이날이나 생신 등 특별한 날에만 드리는 거창한 선물보다 평소에 하는 작은 마음의 선물이 시어머니와의 관계를 더 친밀하게 할 수 있다. 주부 김준희(31·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씨는 시어머니도 '여자'라는 생각을 갖고 예쁜 물건이 생기면 시어머니 것을 하나 더 준비한다. "꼭 비싼 선물이 아니라도 시어머니와 친밀해지는 계기가 된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시어머니의 노하우를 존중하고 자주 묻는다=최영진(30·경기도 안양시 달안동)씨는 아이 키우는 방법, 음식 조리방법, 살림하는 비결, 장 보러 가서 물건 고르는 법 등을 시어머니께 묻곤 한다. 최씨는 "어머니는 자신의 삶의 연륜을 존중받는다고 생각해서인지 기분 좋아 하신다"고 말했다.
▶갈등이 있을 땐 대화로 푼다=주부 박기영(32·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씨는 마음에 쌓인 게 있을 땐 쌓아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시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말대꾸를 하는 것은 아니고 조금 지난 후에 기분 나쁘지 않을 수준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다. "계속 기분 나쁜 채로 있으면 결국 사이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박씨는 "애교스럽게 반박하면 시어머니도 결국 이해해 주신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