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펄프시장 잡은 加교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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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계 캐나다인인 지미 리(한국명 이수형·44·사진)에게 국경은 의미없는 단어다. 그는 현재 독일에서 정상급 제지회사인 머서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이 회사의 본사는 스위스 취리히에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살 때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건너갔으며 고3때 캐나다로 이민가 대학을 마쳤다.

그는 머서를 10년 이상 경영하며 연평균 25%씩 성장시켜 유럽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한국계 기업인으로 꼽히고 있다. 런던의 유력지인 파이낸셜 타임스도 얼마전 그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을 소개하는데 넓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다들 상황이 좋다고 할 때는 기회가 아니다. 남들이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를 나는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지업계 경기가 밝지 않은 상황에서 웬 기업확장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경쟁자들이 움츠리고 있을 때 움직여야 한다는 지론이다.

독일로 건너가기 전엔 미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부동산사업을 비롯해 생명보험·철광 등에도 손을 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이러던 중 독일이 통일됐고, 매각하는 옛 동독 국영기업을 잡으면 돈이 될 것으로 판단하게 됐다.

1993년 독일로 건너간 그는 다음해 옛 동독지역에 있는 연산 16만t 규모의 펄프공장을 인수했다. 그는 올해부터 2004년까지 베를린 인근 스텐델에 4억5천만유로(약 5천4백억원)를 투입, 연산 55만t 규모의 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게 완공되면 머서는 독일 최대의 펄프회사가 된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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