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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 해외 유전개발 사업 ‘큰손’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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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원 석유공사 사장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기름을 쓰려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외국 기름을 사오더라도 이왕이면 자기 소유의 유전에서 사온다면 수급이 훨씬 안정적이다. 그래서 자원이 없는 나라들은 산유국 유전을 사들이려고 혈안이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선두에는 한국석유공사가 섰다. 캐나다 석유개발 회사인 하베스트를 인수한 것을 포함해 세 건의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켰다. 덕분에 국내에서 쓰는 석유 중 자체 유전에서 생산하는 양(자주개발률)이 2008년 5.7%에서 지난해에는 9%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확보한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석유공사가 전 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유전개발 사업은 17개 국가, 47개 광구에 이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석유공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해외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13년까지 자주개발률을 2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해외에서 M&A나 자체 유전개발 사업을 벌이려면 몸집을 불려야 한다. 이를 위해 석유공사는 올 초 해외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공사로서는 사상 첫 해외채권 발행이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당시 한국 공기업 발행 채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미 국채+3%포인트)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석유공사를 이끌고 있는 강영원 사장은 밖으로는 몸집을 불리면서도 내부적으론 조직 슬림화를 유도하고 있다. 전체 인력을 유전 개발과 비축 등 핵심 업무로 돌리고, 비핵심 업무는 외부에 과감하게 위탁한 것이다. 10년간 팔지 못했던 비활용 토지 103만㎡ 중 절반을 팔았다.

노사관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지난해 말부터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정 작업을 벌인 끝에 순직 직원 유가족 특별채용 등의 조항을 없앴다. 일반 직원은 의무 가입해야 하는 노조가입 조건을 선택제로 바꾸기도 했다.

강 사장은 올 초 또 하나의 큰 결심을 했다. 핵심 임원 가운데 하나인 석유개발기술연구원장에 외국인을 영입한 것이다. 공기업 가운데 임원 자리에 외국인을 앉힌 것은 석유공사가 처음이다. M&A로 외국 연구진까지 흡수한 공사로서는 이를 활용하는 게 역량을 배가하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을 초빙한 것이다. 강 사장은 “현재의 기업 체질과 문화, 관리시스템으로는 당면 과제인 공사 대형화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대대적인 경영시스템 선진화 작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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