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盧후보 동갑내기 브레인 학벌·경력 닮은꼴 경제 이념은 딴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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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를 '좌·우파'로 가를 순 없다. 그러나 보수·진보 분류는 타당하다."

"盧후보는 현정부의 정책이념을 계승하지만 李후보는 DJ정책을 파기하거나 바꾸려 한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은 두 후보의 '경제 가정교사'인 유종일·유승민 '두 유씨'의 성향과 이념에 근거한 측면이 크다. 유승민(劉承旼·44)씨는 1999년 말 李후보의 경제가정교사로 출발한 이래 지금 가장 신뢰받는 경제참모며, 유종일(柳鍾一·44)씨는 지난해 초부터 盧후보의 핵심 경제가정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자본주의 경제학의 본류'인 미국 명문대학 하버드(종일씨)와 위스콘신(승민씨)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만 종일씨는 시장이 스스로 규제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가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줘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또 소득분배 및 경제적 평등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승민씨는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역할은 사회갈등의 조정에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종일씨는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있으면서 고려대 장하성 교수와 더불어 DJ정부 초기의 경제정책 방향을 입안하는 등 현정부의 핵심적인 브레인 역할을 했다. 반면 승민씨는 KDI 선임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현정부의 개혁정책에 반기를 들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났다.

◇비슷한 인생행로=둘 다 58년 개띠로 동갑이면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러나 한해 먼저 초등학교에 들어간 승민씨가 대학 1년 선배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것도 같다. 학위를 받은 후 국내 활동을 KDI에서 시작한 것 또한 공통점이다. 승민씨는 2000년 초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옮길 때까지 94년부터 KDI 선임연구위원을 지냈다. 종일씨는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에서 교수로 있다 97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귀국했다. 유명인사 집안인 것도 비슷하다. 승민씨는 변호사로서 국회의원(옛 민정당)을 지낸 유수호씨의 아들이며, 종일씨는 전북 도지사인 유종근씨의 동생이다.

◇서로 다른 이념과 성향=둘 다 후보들과 같은 성향을 갖고 있다. '운동권 변호사'였던 盧후보처럼 종일씨도 대학 다닐 때 두번 퇴학당했던 '운동권 학생'이었다. 대법관 출신인 李후보처럼 승민씨 역시 부친과 친형, 자형 등이 모두 법조인 집안 출신이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자처하는 것도 李후보와 닮았다.

두 사람과 같이 활동하는 인재풀도 대비된다. 승민씨는 박원암(홍익대)·김태기(단국대)·안종범(성균관대)씨 등 국책연구원 출신 인맥을 활용하는 반면, 종일씨는 '학생운동권'출신 경제평론가인 유시민씨,서울대 정운찬 교수의 제자인 전성인(홍익대)교수 등과 같이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념차는 재벌문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종일씨는 경영투명성 제고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 등 현정부의 재벌개혁 '5+3원칙'을 지지한다. "파행적인 경제질서를 바로잡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든 조치"라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승민씨는 출자총액제한과 부당내부거래 금지, 부채비율 2백% 제한 등 대부분의 재벌개혁 정책에 반대한다. 두 사람 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강조하면서도 종일씨는 '성장에 저해되지 않는 소득분배', 승민씨는 '성장을 통한 소득분배'를 주장한다.

글=김영욱 전문기자,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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