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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찾아 잠수하는 문화재 전문가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이철한·양순석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따고 기량을 닦았습니다."

전남 목포시에 있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 학예연구사 이철한(哲漢·43·(左))씨와 학예연구원 양순석(淳碩·30)씨.

1994년 전시관 문을 연 때부터 함께 일해온 두 사람의 마음은 벌써 군산 비안도 앞 바닷속에 있다. 고려시대 도자기를 싣고 가던 배가 이곳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돼 많은 고려청자와 선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문화재청의 지시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씨는 선박복원 등 건축이, 씨는 유물 보존처리가 전공이다. 지난달 군산 비안도 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직접 건져냈고 앞으로 본격적인 발굴작업을 주도할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99년 11월 스쿠버 다이빙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딴 뒤 산소통을 메고 바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닷속 비경(?景) 감상 등 레저가 아니라 해양 유물을 다루는 직분에 좀 더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씨는 "안전수칙을 안 지키면 고막이 터지고 혈관에 기포가 생기는 잠수병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겁이 났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약 2년 전 전남 고흥군 시산도 앞바다에서도 유물발굴 잠수를 했다. 신안선 등을 발굴할 때는 잠수하는 문화재 전문가가 없어 전문 잠수부들의 얘기를 듣고 해저 유물의 상태를 추정해야 했다.

씨는 "이번에 우리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 본 것만으로도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이 진일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씨는 "맑을 때는 3m, 흐려도 1.5m 앞까지 보이는 등 비안도 앞바다의 시계(視界)가 괜찮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해저를 수시로 드나들며 해군 특수부대 잠수부 20여명을 지휘해 유물을 인양할 예정이다. 우선 바다 밑을 바둑판처럼 나눠 음파탐지기와 수중카메라로 이상한 물체가 있는 지 확인한다. 유물은 호미질도 어려울 만큼 단단한 개펄에 묻혀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강한 바람을 쏴 개펄을 파헤친 뒤 잠수부가 들어가 인양한다. 씨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값진 유물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포=이해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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