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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고령사회 연금개혁 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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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과거보다 오래 살 수 있다니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그 만큼 삶의 질 향상에도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요."

평균수명이 남자는 73.4세, 여자는 80.4세가 됐다는 기사가 보도된 21일 한 독자는 이렇게 걱정했다.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소득 보장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민연금이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이면 노인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들어선다. 2030년에는 젊은이의 노인 부양부담률이 세계 3위로 껑충 뛰어오른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국민연금제도는 돈을 적게 내고 노후 연금은 많이 받는 '저부담-고급여'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2002년 초 각계 전문가가 모여 노후연금의 지급비율(소득대체율)을 연금가입기간 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추고 보험료는 월소득의 9%에서 15.9%로 올리는 방안을 만들었다. 정부는 이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지난해 가을 16대 국회 막바지에 냈다.

그러나 당시 여야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개정안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아 결국 법안은 자동 폐기됐고, 같은 법안이 17대 첫 정기국회에 다시 제출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재연되고 있다. 여야는 정기국회 때는 법안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임시국회가 열리자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려 하고 있다. 여당안은 정부안과는 달리 소득대체율만 내리고 보험료는 올리지 않는 절름발이식 개혁안이다. 가입자들의 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보험료 인상은 나중에 하고 일단 손쉬운 소득대체율만 손을 보자는 얄팍한 발상이다. 한나라당도 지난 3일 나름대로의 연금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안만 던져놓고 법안심사소위원회나 상임위원회 등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

국회는 인기없는 정책이라고 더 이상 '폭탄 돌리기'식으로 연금개혁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프랑스와 일본 집권당이 선거에 질 것을 각오하고 연금 개혁에 나섰던 것은 당리보다는 국익을 생각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신성식 정책기획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