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몇살에 도살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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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내년 2월 사육곰의 도살 기준을 완화하기로 함에 따라 환경단체와 사육 농가가 대립하고 있다.

국내 사육 중인 곰은 1300~1600마리. 지금은 1981~85년 수입된 곰 가운데 반달가슴곰.큰곰.말레이곰.아메리카흑곰은 생후 24~26년, 늘보곰은 40년이 각각 지나야 도살할 수 있다.

환경부가 마련한 야생동식물보호법의 시행규칙 개정안에선 생후 10년이 넘으면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사육곰은 평균 15세다. '생후 10년' 기준을 적용하면 절반 이상이 당장 처분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방침은 80년대 초 수출을 위해 곰을 수입한 사육 농가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사육 농가에 따르면 사료비만 연간 75만~100만원이 드는 곰을 10년 키우면 인건비 등 100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비해 웅담 거래 가격은 300만~5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녹색연합 김혜애 정책실장은 "웅담을 대체할 치료약이 있는데도 곰을 도살하는 것은 비인도적 행위"라며 "사육 농가를 줄여나가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육 농가한테서 곰을 사들여 번식을 막고 자연사할 때까지 생태공원에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신일 곰사육협회장은 "혈통이 뒤섞인 수입곰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10년이라고 못박지 말고 시장원리에 따라 사육 농가에 완전히 맡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씨는 "미국.캐나다.일본 등 외국에서는 야생곰도 연간 수천마리씩 사냥을 허용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육곰을 예산으로 사들일 수 없다"면서 "내년 1월 사육실태를 조사한 뒤 곰마다 주민등록과 같은 카드를 만들고 전자칩을 달아 사육 마릿수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학술적인 목적 외에 곰이나 웅담 제품 등의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93년 가입했다. 이에 맞춰 곰의 도살 기준을 엄격하게 마련했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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