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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 年15만건… 갱생교육 기회 全無 열명중 3~4명 또 범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A군(12)은 2년 전 동네 선배 두명과 함께 집 근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침입,1백40여만원을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만 10세에 불과한 초등학교 5학년생이어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즉시 귀가조치됐다.

일찍 부모를 여읜 A군에겐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인 할머니(76)가 유일한 혈육이자 보호자였지만 생계 유지에 급급해 그를 선도할 여력이 없었다. 학교 역시 그의 갱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래들과의 악행이 계속됐다. 3개월 뒤 빌딩 사무실에 침입해 금품을 훔치려다 경찰에 다시 붙잡혔지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중학생인 된 A군은 "집은 항상 비어 있고, 학교생활도 관심없다"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게 죄가 되느냐"고 말했다.

<관계기사 29면>

순간적인 충동과 유혹에 빠져 범죄를 저지른 10대 소년범들이 사회적 무관심과 제도 미비 속에 범죄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에 발생한 2백24만건의 범죄 가운데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저지른 범죄는 15만2천여건. 우리나라 청소년(7백90여만명)의 2%가 해마다 범죄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2~14세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인 '촉법소년범죄'가 지난해 6천건에 이르는 등 해마다 연소화 추세를 보인다.

소년범죄의 33%는 우발적이거나 호기심에서 빚어진 경우로 나타나 범행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을 경우 교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하고 교화할 법적 제도나 사회적 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범죄동향연구실장은 "청소년 범죄는 쉽게 재범으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며 "법무부·교육부 등 정부 부처와 민간단체들이 힘을 합쳐 실태 파악과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보호시설을 확충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소년범죄 재범률이 1998년 33.4%,99년 36.1%, 2000년 35.4%, 2001년 38.6%로 증가세를 보이는 것도 보호대책이 미비함을 보여준다.

현행법상 14세 미만 소년범의 경우 형사처벌이 면제되고 법원 소년부에서 보호자 위탁이나 소년원 수용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중 90% 이상은 집으로 보내지고 12세 미만은 전원 훈방된다.

법원 소년부 등에 따르면 소년범 가운데 결손가정 출신이 20%를 넘는 데다 70% 이상이 생활보호대상 가정 출신인 것으로 조사돼 이들의 가정에서 선도와 교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에서도 이들에 대한 개별지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대 소년범들이 한번의 잘못으로 영원히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할 위기에 방치돼 있는 것이다.

사회부 기획취재팀=강갑생·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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