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盧 風 잠재우기 지방선거 승리 최대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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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會昌·얼굴)전 총재가 7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충북 지역 경선까지 얻은 표만으로 전체 유효 투표의 반수를 넘어버렸다. 9일 서울대회는 사실상 형식적 절차일 뿐이다.

전총재는 그동안 11개 지역 경선에서 모두 압승했다. 이로써 경선 초반의 '이회창 필패론'이나 '영남 후보 대안론'을 완전히 털어버렸다. 대선까지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갈 힘도 비축했다.

이에 따라 후보측은 본선 준비에 들어갔다. 당 전열을 재정비하고, 노풍(風·노무현 지지 바람)을 잠재우는 게 시급한 과제다. 이를 통해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의 '신민주대연합' 정계개편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6·13 지방선거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후보는 먼저 당내 단합을 도모할 계획이다.경선 경쟁자인 최병렬(崔秉烈)·이부영(富榮)후보를 대선 선대위원장·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비주류측 대표적 중진인 김덕룡(金德龍)의원도 조만간 만나 협조를 당부할 생각이라고 한다.

가장 큰 고비는 지방선거라고 보고 있다. 특히 후보가 집중 공략하고 있는 부산시장 선거가 대선 흐름을 크게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곳에서 수성(守城)에 실패하면 노풍이 영남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후보 측은 우려한다. 후보의 대선 전략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갈지도 고민이다.

후보측은 "노풍은 이미 꺾였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당의 여론조사에서는 노무현과 이회창의 지지율 격차가 2~3%포인트대(36.8% 대 34.4%)로 줄어들었다고 후보의 한 측근은 전했다. "'노무현=DJ 후계자'라는 공격이 먹혀들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석이다. 그는 "지지도 역전도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고 후보에 대한 지지가 오른 것은 아니라는 점이 여전히 고민거리다.

"후보에 대한 상승세가 꺾인 것일 뿐 후보 지지도는 여전히 3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귀족' 이미지를 벗고 자체 흡인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국의 민생 현장을 찾아 서민들과의 접촉을 파격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40대 전문가를 영입하고, 30~40대 젊은 의원을 주요 당직에 대거 내세워 참신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래연대 공동대표인 오세훈(吳世勳)의원은 "젊은층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이야말로 후보의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새로 구성될 당 지도부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과제다.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분리라는 2원체제를 실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1997년 대선 후보 때 당시 이한동(漢東)당 대표와의 불협화음이 대선 전략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고위원 경선 결과 당의 새 지도부가 '보수 일색'으로 나타날 경우 개혁성향 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숙제도 떠안게 된다.

청주=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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