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동국 “이건 …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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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이 우루과이전을 마친 뒤 허탈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AP=연합뉴스]

12년의 기다림은 허무하게 끝났다. 이동국(31·전북)은 27일(한국시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1-2 패배로 끝나자 고개를 숙였다. 그는 득점을 하기는커녕 경기 막판 동점이 될 수 있는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후반 41분 박지성(맨유)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12년간 기다려 온 월드컵의 한을 날려 버릴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이동국의 슛은 힘없이 상대 무슬레라 골키퍼 앞으로 굴러갔고, 골키퍼 발에 맞은 공을 상대 수비수가 걷어 내는 바람에 득점에 실패했다. 이동국은 경기 후 “비가 와 그라운드가 젖어 있어 땅볼로 강하게 차려고 했다. 너무 아쉽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19세의 나이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한국은 네덜란드전에서 0-5 패배를 당했지만 이동국의 슈팅은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때부터 이동국은 ‘라이언킹’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차세대 대형 스트라이커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후 이동국은 월드컵 때마다 불운에 시달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최종 엔트리에 탈락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대회 직전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동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무대였다. 그러나 그에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전 때는 벤치를 지켰고, 아르헨티나전 때는 패배가 굳어진 가운데 종료 9분을 남기고 교체 투입됐다. 나이지리아전에서도 뛰지 못했다. 이동국은 우루과이전 후반 29분 김재성(포항)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는 후반 막판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 버렸다. 이번 월드컵에서 2경기에 출전해 38분밖에 뛰지 못했고, 공격포인트는 없다. 이동국은 경기 후 “허무하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심정”이라며 “12년 동안 월드컵 무대를 기다려 왔는데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이건 내가 생각했던 결과가 아니다. 이런 순간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해 왔나 싶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우루과이전에서는 골키퍼 정성룡(성남)도 아쉬운 눈물을 삼켰다. 그는 전반 8분 한국의 첫 실점 순간 위치 선정에서 실수를 했다며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우루과이의 디에고 포를란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을 때 정성룡은 골문 앞을 지키고 있느라 공을 잡지 못했다. 공은 정성룡 앞을 지나 골 지역 오른쪽으로 흘렀고, 기다리고 있던 루이스 수아레스가 골로 연결했다. 이번 대회에서 숨은 공로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김정우(광주)도 아쉬웠다. 그는 우루과이전 두 차례 실점 장면에서 모두 상대 수비수를 놓쳤다. 김정우는 “수아레스의 드리블을 걷어 냈다고 생각했는데, 미끄러지면서 강하게 차내지 못했다. 아쉽다”고 말했다. 포트엘리자베스=김종력 기자 Sponsored by 뉴트리라이트,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공식건강기능식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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