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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추천한 명의] 명지병원 이규창 교수→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김남규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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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대장암클리닉 김남규(54) 교수. 1983년 시작한 레지던트 시절부터 의대 내에는 그만이 찾는 단골집이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했다. 포르말린 냄새가 코를 찌르는 해부학실이다. 외과를 선택한 그에게 골반 깊숙이 자리 잡은 대장은 미지의 세계였다. 해부학 책만으론 이해가 힘들었다. 의대생들이 실습을 하고 난 뒤의 시신 뱃가죽을 들춰보고 대장과 주변 장기의 모양새와 위치를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해부학실 출입은 교수가 된 2003년까지 이어졌다. 김 교수의 열정을 읽은 해부학실 직원은 시신에서 골반 부위만 절단해 미리 준비해 주기도 했다. “대장, 특히 직장에는 여러 장기가 밀집해 어설프게 이해해서는 제대로 수술할 수 없습니다.” 해부학실을 드나들며 대장의 해부학적 지식을 익힌 김 교수의 노력은 수술 후 재발률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한국에선 대장암환자 절반이 직장암

대장은 소장이 끝나는 지점부터 맹장·상행결장·횡행결장·에스결장·하행결장·직장으로 이어지는 1m50㎝ 길이의 장기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항문에서 시작해 약 15㎝에 위치한 직장에 생기는 암이 대장암의 절반을 차지한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과거 직장암은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현재 대장암 수술은 배에 구멍을 몇 개 뚫고 카메라와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암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점차 보급되며 배 속 수술 부위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배를 열고 하는 개복 수술이 유일했다.

 김남규 교수는 “직장은 골반 속에 위치해 있어 수술 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여성은 자궁과 질, 남성은 전립선·방광·정낭 등 많은 장기에 둘러싸여 있다”며 “배뇨·성기능과 관련된 신경도 있어서 이것들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수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둘러싼 지방층 제거해야 재발 없어

해부학실을 내 집 드나들 듯한 김 교수는 대장과 주변 장기를 머리에 꿰뚫고 있어서 수술의 정확성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직장암 수술은 직장과 직장을 둘러싼 지방층인 직장간막을 주변 장기 손상 없이 깨끗이 들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직장간막에는 직장에서 퍼진 암세포가 있다. 잘못 제거해 막이 터지면 암세포가 흘러나와 재발률이 높아진다.

해부학적 지식에 해박한 김 교수는 국내외에서 이 수술을 정확하고 깔끔하게 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직장암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영국 페리칸센터 빌 힐드 교수도 지난해 한국을 찾아 김 교수팀의 수술 성적을 극찬했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외과종양학회지(Annals of Surgical Oncology)’에 직장암 2, 3기 환자 946명의 전직장간막 절제술 후 국소 재발 건수를 분석한 결과를 게재했다.

재발률은 불과 6%(57명)에 그쳤다. 세계 최고 의료기관 중 하나인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7%(254명 분석), 일본 국립암센터 9%(233명 분석)보다 좋은 성적이다. 환자의 5년 생존율도 73.9%로 미국 69.6%, 영국(노스햄프셔병원) 61.6%보다 높고, 일본 75.3%와 비슷하다.

김 교수는 “국내 병원의 대장암 수술 성적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성기능과 배뇨기능을 살리는 비율이 70~80%에 이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환자의 삶의 질과 관련한 괄약근을 포함한 항문 보존도 암의 기수와 관계없이 60~70%의 환자에서 보존된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수술 8000여 건 … 5년 생존율 73.9%

김남규 교수는 일주일에 이틀은 하루 약 5건의 수술을 한다. 개복·복강경·로봇수술을 합쳐 연간 약 450명, 현재까지 8000여 명 대장암 환자의 암덩어리를 제거했다.

대장을 머릿속에 훤히 꿰고 있을 법한 그다. 하지만 아직도 본인의 수술 결과를 평가하고, 왜 합병증이 발생했는지 스스로 채찍을 드는 수술일기 쓰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 교수가 대장항문외과를 선택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은사의 추천 때문이었다.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가 많다며 지정해주셨죠. 그렇다고 한 번도 불만을 품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육류를 즐기는 서구화된 식습관 탓에 항문질환, 염증성 장질환, 궤양성 장질환, 치핵 등 대장항문질환이 급격히 늘고 있다. 대장암 환자도 97년 9714명에서 2007년 2만55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덕분에 대장항문외과는 의대생들이 전공하겠다며 줄 서는 인기과로 탈바꿈했다.

김남규 교수는 5년 전부터 연말에 후배 의사를 대상으로 대장암 수술 워크숍을 열고 있다. 그의 지식을 공유해 대장암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김 교수가 이 자리에서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그 분야에 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 자격이 없다.”

황운하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김남규 교수 프로필

▶1956년: 서울 출생

▶1981~86년: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인턴, 외과 레지던트

▶1991년~현재: 연세대 의대 외과 교수

▶1994~96년: 미시간주립대학교 퍼거슨클리닉 대장항문외과 연구 펠로

▶2005년~현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암 전문클리닉 팀장 및 가정 간호사업소장

▶2009년~현재: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2010년~현재: 대한임상종양학회 이사장

▶논문: 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 등에 실린 SCI급 논문 포함해 160편 발표


이규창 교수는 이래서 추천했다
정확한 수술로 유명 … 수술 뒤 보조치료까지 챙겨

“과거에는 대장 및 직장암 수술 분야에 외과의사들의 관심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무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시기에 남들이 꺼리는 분야를 전공한 김남규 교수는 현재 대장암을 포함한 대장항문질환이 이렇게 급증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회고합니다.

꼼꼼하고 성실하기로 이름난 김 교수는 정확한 수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연간 450례의 대장·직장암 개복술, 복강경 수술 및 로봇 수술을 시행해 총 8000례에 달합니다. 수술받은 환자의 평균 재발률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김 교수는 수술뿐 아니라 수술 전 진단과 수술 후 보조치료까지 직접 챙기며 환자의 삶까지 배려합니다. 암 환자의 고통과 좌절을 함께 나누는 가슴 따뜻한 외과의사로서 환자와 가족의 깊은 신뢰를 얻고 있으니 명의 중의 명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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