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대장암환자 절반이 직장암
대장은 소장이 끝나는 지점부터 맹장·상행결장·횡행결장·에스결장·하행결장·직장으로 이어지는 1m50㎝ 길이의 장기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항문에서 시작해 약 15㎝에 위치한 직장에 생기는 암이 대장암의 절반을 차지한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과거 직장암은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현재 대장암 수술은 배에 구멍을 몇 개 뚫고 카메라와 수술 도구를 집어넣어 암을 제거하는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점차 보급되며 배 속 수술 부위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배를 열고 하는 개복 수술이 유일했다.
김남규 교수는 “직장은 골반 속에 위치해 있어 수술 시 시야 확보가 어렵고 여성은 자궁과 질, 남성은 전립선·방광·정낭 등 많은 장기에 둘러싸여 있다”며 “배뇨·성기능과 관련된 신경도 있어서 이것들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수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둘러싼 지방층 제거해야 재발 없어
해부학실을 내 집 드나들 듯한 김 교수는 대장과 주변 장기를 머리에 꿰뚫고 있어서 수술의 정확성을 높이는 밑거름이 됐다.
직장암 수술은 직장과 직장을 둘러싼 지방층인 직장간막을 주변 장기 손상 없이 깨끗이 들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직장간막에는 직장에서 퍼진 암세포가 있다. 잘못 제거해 막이 터지면 암세포가 흘러나와 재발률이 높아진다.
해부학적 지식에 해박한 김 교수는 국내외에서 이 수술을 정확하고 깔끔하게 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직장암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영국 페리칸센터 빌 힐드 교수도 지난해 한국을 찾아 김 교수팀의 수술 성적을 극찬했다.
김 교수팀은 지난해 ‘외과종양학회지(Annals of Surgical Oncology)’에 직장암 2, 3기 환자 946명의 전직장간막 절제술 후 국소 재발 건수를 분석한 결과를 게재했다.
재발률은 불과 6%(57명)에 그쳤다. 세계 최고 의료기관 중 하나인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7%(254명 분석), 일본 국립암센터 9%(233명 분석)보다 좋은 성적이다. 환자의 5년 생존율도 73.9%로 미국 69.6%, 영국(노스햄프셔병원) 61.6%보다 높고, 일본 75.3%와 비슷하다.
김 교수는 “국내 병원의 대장암 수술 성적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성기능과 배뇨기능을 살리는 비율이 70~80%에 이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환자의 삶의 질과 관련한 괄약근을 포함한 항문 보존도 암의 기수와 관계없이 60~70%의 환자에서 보존된다고 설명했다.
대장암 수술 8000여 건 … 5년 생존율 73.9%
김남규 교수는 일주일에 이틀은 하루 약 5건의 수술을 한다. 개복·복강경·로봇수술을 합쳐 연간 약 450명, 현재까지 8000여 명 대장암 환자의 암덩어리를 제거했다.
대장을 머릿속에 훤히 꿰고 있을 법한 그다. 하지만 아직도 본인의 수술 결과를 평가하고, 왜 합병증이 발생했는지 스스로 채찍을 드는 수술일기 쓰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 교수가 대장항문외과를 선택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은사의 추천 때문이었다.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가 많다며 지정해주셨죠. 그렇다고 한 번도 불만을 품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육류를 즐기는 서구화된 식습관 탓에 항문질환, 염증성 장질환, 궤양성 장질환, 치핵 등 대장항문질환이 급격히 늘고 있다. 대장암 환자도 97년 9714명에서 2007년 2만55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덕분에 대장항문외과는 의대생들이 전공하겠다며 줄 서는 인기과로 탈바꿈했다.
김남규 교수는 5년 전부터 연말에 후배 의사를 대상으로 대장암 수술 워크숍을 열고 있다. 그의 지식을 공유해 대장암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김 교수가 이 자리에서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그 분야에 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 자격이 없다.”
황운하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김남규 교수 프로필
▶1956년: 서울 출생
▶1981~86년: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인턴, 외과 레지던트
▶1991년~현재: 연세대 의대 외과 교수
▶1994~96년: 미시간주립대학교 퍼거슨클리닉 대장항문외과 연구 펠로
▶2005년~현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대장암 전문클리닉 팀장 및 가정 간호사업소장
▶2009년~현재: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
▶2010년~현재: 대한임상종양학회 이사장
▶논문: 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 등에 실린 SCI급 논문 포함해 160편 발표
이규창 교수는 이래서 추천했다
정확한 수술로 유명 … 수술 뒤 보조치료까지 챙겨
꼼꼼하고 성실하기로 이름난 김 교수는 정확한 수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연간 450례의 대장·직장암 개복술, 복강경 수술 및 로봇 수술을 시행해 총 8000례에 달합니다. 수술받은 환자의 평균 재발률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정상급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김 교수는 수술뿐 아니라 수술 전 진단과 수술 후 보조치료까지 직접 챙기며 환자의 삶까지 배려합니다. 암 환자의 고통과 좌절을 함께 나누는 가슴 따뜻한 외과의사로서 환자와 가족의 깊은 신뢰를 얻고 있으니 명의 중의 명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