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나도 현실 정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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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전경련 회장단이 7월 27일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를 초청, 간담회를 연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집단소송제 대상 확대 등 대(對)재벌 강경 입장을 밝혀왔고 재계는 내심 이를 우려해 왔다. 이 때문에 후보측에선 간담회를 "과격·불안정 이미지 불식을 위한 기회"(鍾珌특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후보는 이 외에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와 잇따라 간담회를 열 것을 계획하고 있다.

후보는 6일엔 김영삼(YS)전 대통령과의 회동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하면서 "나도 현실 정치인이다. 과오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만나지 말라고 하면 김대중 대통령도 당을 떠나는 마당에 누구와 정치를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과오는 과오대로 극복해 나가고 미래를 함께 설계·건설해 나가는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며 YS와의 연대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미 정책에서도 방미(訪美)가능성을 시사하며 현실론으로 물러섰다. 후보는 그동안 "사진을 찍기 위한 방미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켜 왔지만 이날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추후(방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는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인식돼 왔다. 때문에 '현실 정치인'발언과 잇따른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선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하는 관문""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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