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영, 허경만 눌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4일 치러진 민주당 전남지사·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현역 지사와 시장이 동시에 패배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목포에서 치러진 전남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박태영(朴泰榮)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허경만(許京萬)현 지사를 누르고 후보로 확정됐다.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이정일(廷一)전 서구청장이 고재유(高在維)현 시장을 제치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두 지역의 경선은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한판이었다. 朴전장관은 許지사와 결선 투표까지 치렀는데 1차 투표 때는 朴전장관이 14표 뒤졌을 정도다. 전청장 역시 高시장을 불과 76표 차로 따돌렸다.

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현역 단체장들이 주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許지사의 경우 '3선 불가론'까지 제기됐다"라며 "전남도청 이전 등의 정책에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줄곧 지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許지사의 경우 자신의 딸을 비서실 직원으로 특채한 뒤 관용 여권을 발급받게 했다는 보도가 막판에 터져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노풍(風·노무현 바람)이 광주지역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본격화했다는 점에 주목, 경선 과정에 중앙 정치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朴전장관이 경선 출마 때부터 한화갑(韓和甲)대표 쪽에 섰던 점을 들어 권노갑(權甲)전 고문 측의 동교동계 구파가 韓대표 등 신파에 밀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朴전장관은 15,16대 총선 공천에서 잇따라 탈락하면서 權전고문과 멀어졌다.

高시장의 경우 1998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했지만 이번에는 지역 의원들의 견제를 받았다고 한다.

또 전남도청 이전과 도심 공동화 문제를 거론하며 '광주 위기론'을 거론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송상훈·이해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