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한강다리 등 기습 점거 온종일 교통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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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개방협상 철회를 요구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20일 서울 독립문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민들은 트럭을 타고 잠실대교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김태성 기자]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농민 1000여명이 20일 트럭을 끌고 상경해 게릴라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서울 도심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 게릴라식 시위=농민들은 오후 1시 용산역 광장 등 네 곳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로 행사장 집결이 힘들게 되자 가두투쟁으로 방향을 바꿨다. 오후 2시쯤 성산대교 강북 방면 남단에서 1t트럭 10여대로 모든 차로를 막은 뒤 도로에 내려와 '쌀개방 반대''식량주권 사수' 등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오후 3시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반포IC 부근에서도 시위로 달래내고개부터 정체를 빚었고, 비슷한 시각 한남대교 강북방향으로 2개 차선을 트럭 50여대로 막은 채 기습시위를 했다.

서강대 앞에서도 농민 100여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쯤 마포.천호.잠실.성산대교가 시위 농민에게 점거됐다. 이 때문에 6개 다리 주변은 오후 늦게까지 차량이 시속 10㎞ 이하로 거북이 운행을 하는 등 체증이 계속됐다. 농민들이 경찰에 연행된 뒤에도 차량을 견인하는 작업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 차선이 점거된 성수대교의 경우 1시간 30분 동안 차량이 오도가도 못했다. 도심 방향 2개 차로가 차단된 공덕오거리에서는 성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고 중앙선을 침범해 운행하는 등 수라장이 됐다. 성수대교를 지나던 한 직장인은 "점심 약속을 위해 차를 몰고 나왔다가 두시간째 도로 위에 갇혀 사무실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경찰은 이날 65개 중대, 65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주요 고속도로 IC와 검문소에서 시위 차량의 운행을 막았으며, 한강다리 등을 점거한 농민 300여명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 쌀시장 개방 반대=오후 3시30분쯤 전농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 4명이 서대문구 독립문 위에 올라가'식량주권 지키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전농 문경식 의장 등 집행부 10여명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시장이 개방될 경우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쌀개방 협상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미진.박성우.백일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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