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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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은 질서가 정연한 나라, 영국은 신사의 나라, 프랑스는 예술과 자유의 나라라는 등 어느 나라나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물론 이런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 과거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던 국가가 부단한 노력으로 이미지를 개선하기도 하고, 반대로 과거의 아름답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편없이 나빠진 경우도 있다.

나치 독일로 인해 형성된 어둡고 암울한 이미지를 부단한 노력과 각고의 반성을 통해 '규칙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질서의 나라'로 바꾼 독일과,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활력의 나라'에서 '부패와 무능, 경제혼란의 혼탁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아르헨티나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러면 현재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조용한 아침의 나라' '동방예의지국' '일본보다는 조금은 무질서한 듯하지만 활력이 넘치는 나라'같은 단어들이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뭔가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 것일까.

이런 면에서 소련 몰락 후 한국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이미지가 형성됐던 옛 소련권 국가지역,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이들 국가에서는 요즘 일부 한국인의 이 지역 여성들에 대한 추태와 정부의 어정쩡한 대책으로 인해 한국이 '천박한 상업국가' '비인권 국가'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일부이지만 이 지역 여성들을 성적 매매의 대상으로 혹사하거나, 인권침해적 노동 등을 강요한 사례들이 현지 기관과 피해자들의 진정서에 넘쳐나고 있다. 또 인력 송출업자들과 현지인들간의 갈등으로 인해 폭력사태가 빈발하는 등 양상도 점점 심각해지는 실정이다.

우즈베키스탄 등 일부 나라에서는 국가지도자들이 공식으로 한국에 대해 이러한 문제의 시정과 현지 여인들을 불법 송출하는 업자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내각명령을 내릴 정도다.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 같은 이는 "어렸을 때부터 이웃에 살았던 한국인 친구들"처럼 새롭게 수교한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등 한국을 높이 평가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불과 10년 사이 한국의 이미지는온갖 추문과 눈물어린 진정으로 낯을 들 수 없을 만큼 전락했다. 관계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한편 국민 모두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았던 선조들의 감계(監戒)의 정신을 되살려 모두가 체통을 지켜야할 시기다.

김석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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