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계에 미친 별난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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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그는 별꿈과 함께 산다.

현암아이 별학교 교장 김지현(33)씨. 서울 마포의 별학교 강의실에 모이는 어린이나 어른들은 그가 들려 주는 별나라 얘기를 듣고, 별의 모습이 담긴 영화를 본다. 그렇게 김교장으로부터 별꿈을 선사받은 사람들은 땅거미가 내리면 별을 보러 옥상에 올라가 또다른 별꿈을 만난다. 천체망원경 '별꿈이'다. 김교장이 지난 1년여 동안 만들어 지난해 4월 별학교 옥상에 갖다 놓았다.

별꿈이는 기다란 통에 렌즈가 달린 여느 망원경이 아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그것이 천체 망원경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길고 짧고 얇고 두껍고 각지고 둥근 가지각색의 쇠판을 이리저리 겹겹이 이어붙인 조각품으로만 여긴다. 양쪽 끝에 달린 초승달과 별 모양이 천체망원경임을 어렴풋이 암시할 뿐이다.

별꿈이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는 별학교 교장이 아니라 안성 천문대의 직원이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별을 보는데 망원경도 아름답게 생기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별꿈이를 만들었죠. 만드는데 정성을 쏟으려 천문대도 그만뒀고요."

별에 미치지 않고야 직장을 그만 두고 예술품 같은 망원경을 만드는데 옴팍 빠질 수 있을까.

황동으로 만들어 재료값이 꽤 많이 들었으리라는 생각에 물었더니 조금 서운한 듯 부드러운 질책이 돌아왔다.

"조각품보고 재료비 묻는 사람은 없는 것 같던데…."

강원도 동해시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별에 매혹됐고, 고교 때 처음 천체망원경을 사서 별을 보기 시작했다. 서강대 물리학과에 다니면서는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회장도 지냈다. 그때 망원경 만드는 법을 익혔다.

대학시절에 우주에 관한 책을 써서 현암사를 통해 출판도 했다. 이후 현암사 사람들과 소식도 나누고, 또다른 책의 출판도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식의 만남이 이어졌다.

그러다 2000년에 마포 현암사 건물을 고친다는 얘기를 듣고는 평소 꿈꾸던 별꿈이를 만들어 옥상을 장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학 때 얼핏 책에서 본, 정말 아름다운 망원경의 모습을 떠올리며 별꿈이를 설계했습니다."

지난해 4월 별꿈이가 옥상에 자리잡은 뒤, 현암사의 제의로 그해 7월 별학교가 생겼고 김씨가 교장으로 취임했다. 수업은 3개월 과정으로 한달에 한번씩 개강한다. 수업은 주1회며,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공개 관측행사로 진행된다. 현재까지 졸업생은 60여명이며, 공개관측행사에는 1천여명이 참가했다.

가끔 별학교를 거쳐간 사람들로부터 '매일 하늘을 쳐다보게 돼 행복하다'는 e-메일을 받을 때 자신도 행복해진다는 김교장. 앞으로 해시계도 만들고, 대나무로도 망원경을 만들어 별학교 옥상을 '빛의 조각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새 꿈을 꾸고 있다. 02-312-8120, 02-313-8020.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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