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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에 美를 입혀라 기술·마케팅만으론 1등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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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베네통은 연구개발센터인 파브리카(공방이란 뜻)를 중심으로 화려하고 대담한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 캐주얼 패션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태평양은 '한국적 미'를 제품개발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국내 화장품업계의 '규칙 제정자(룰 메이커)'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감성디자인을 접목해 '패션 명품 휴대전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4일 '뷰티산업의 부상과 성공전략'이란 보고서에서 뷰티(Beauty), 즉 미(美)산업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들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미적 요소가 제품·서비스의 경쟁력과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고 있는 만큼 국내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제품의 명품화·서비스의 예술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적 요소가 시장을 지배=뷰티산업은 좁은 의미로는 화장품에 국한되지만 넓은 의미로는 미적 디자인·감동·세련됨 등이 가미된 다양한 체험과 소비를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뷰티산업은 ▶화장품·미용성형 등의 미모(美貌)▶패션의류·전문 디자인 등의 미관(美觀)▶게임·애니메이션·영상물 등의 미담(美談)▶수입명품·공예 등의 미품(美品) 산업으로 나뉠 수 있는데,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가 26조원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기능 중심이었던 통신기기·전자제품·건축물 등에서 미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증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형성·성장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희귀하고 고가 제품을 즐겨찾는 보보스(부르주아+보헤미안의 합성어)족의 출현도 이같은 미적 요소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국내 기업의 대응 전략=보고서는 앞으로 기술력이나 마케팅력만으론 경쟁사를 압도할 수 없기 때문에 돋보이는 미적 가치를 통해 제품을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타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의 명품화·서비스의 예술화만이 살아남을 길이란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기술적 연구개발(R&D)보다 감성적 창조개발(C&D)이 더 중요해져 전사적인 C&D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직원들의 창의성 혁신을 위해선 사무실을 스튜디오 형태로 전환하는 등 기업문화의 쇄신도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심상민 수석연구원은 "영국은 광고·건축·디자인·패션 등 13개 분야를 '창조산업'으로 분류하고 국가 단위의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뷰티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의식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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