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발기부전 당뇨·고혈압이 주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남성을 '고개 숙이게' 하는 발기부전증. 이미 국내에서 1백만명 가량이 이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 더이상 '강건너 불'이 아닙니다. 중앙일보는 대한남성과학회(회장 안태영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함께 '파워 남성'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 시리즈와 더불어 남성과학회는 전국 42개 병원에서 29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한 열린 시민건강강좌'를 개최합니다. 남성과학회 홈페이지는 www.andrology.or.kr이고 전화는 02-3010-3741입니다.

편집자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4년된 김모(50)씨는 3년 전부터 발기력이 약해지다 성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져 이달 초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3년 전부터 고혈압약을 복용해온 박모(52)씨도 3개월 전부터 발기가 안돼 지난달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약을 바꿔보라"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 따랐더니 "발기력이 되돌아왔다"며 희색이다.

한국인은 성(性)에 대해 남다른 데가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파이저사가 세계 29개국 40세 이상 남녀 2만6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87%가 '성에 보통 이상의 관심이 있다'고 응답, 이 부문 최고였다.

그러나 한국인은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당뇨병·고혈압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는 "성에 대한 관심만 많지 정작 성적 능력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당뇨병·고혈압·동맥경화 등 원인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거나 조기 치료해 발기부전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남성은 또 발기부전의 위험인자인 흡연·음주율도 세계 최고 수준.

성기능은 중시하면서 당뇨병·고혈압·흡연·음주 등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4대 주범'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저의 조사에서 한국인의 30%가 당뇨병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세계 평균(남성 11%·여성 10%)의 세배 수준.

전체 발기부전 환자의 약 40%는 당뇨병 때문에 병을 얻는다. 환자의 3분의 1 또는 절반이 발기부전을 경험하게 된다.

안태영 교수는 "당뇨병은 말초신경 장애를 부르고 음경으로 가는 혈관을 좁혀 발기부전이 온다"고 말했다.

파이저 조사에서 한국인 35%가 '있다'고 응답한 고혈압도 발기부전의 원인질환. 환자의 17%가 발기부전을 경험한다.

고혈압은 일부 고혈압약의 부작용 때문에 발기부전이 오는 경우가 흔하다(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

따라서 이뇨제·베타차단제 등 발기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고혈압약을 끊으면 성적 기능이 회복된다. 근래에 개발된 ACE차단제같은 고혈압약은 발기부전을 덜 일으킨다.

또한 전체 발기부전의 약 25%는 약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궤양·우울증치료제·화학요법제·항불안제·항진균제·남성호르몬차단제 등이 발기부전 유발 가능성이 있는 약들이다.

발기부전의 위험인자는 매우 다양하다. 나이는 가장 명백한 위험인자. 서울대 의대 비뇨기과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발기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은 40대 23%, 50대 13%, 60대 3%, 70대 1%에 불과했다.

실직·저임금·우울증도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심지어는 지속적인 자전거 타기(음경으로 가는 혈류 감소)가 위험인자라는 주장도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비뇨기과 김제종 교수는 "과거에는 발기부전의 90%가 정신·마음에서 오는 것으로 간주됐으나 실제로는 질병·신체 이상인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정신이 원인인 경우에는 증상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다.

이혼·사별·사업실패 등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사건과 동시에 나타나고 성욕감퇴도 동반된다.

그러나 당뇨병·고혈압등으로 인한 발기부전은 서서히 나빠지되 성욕은 왕성한 편이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손환철교수는 "중년 이후에도 발기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담배를 끊고 혈당·혈압관리를 철저히 하는등 심장병환자처럼 행동할 것"을 주문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