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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의 崔총경 면담 요청 무시 상식밖" 누군가 美에 'SOS'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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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규선(미래도시환경 대표)씨 비리 연루 의혹으로 해외도피 중인 최성규(崔成奎)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총경)이 19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 도착 후 증발해 버리자 그 경위와 배경을 둘러싸고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뉴욕에 파견된 우리측 경찰관과 뉴욕주재 한국총영사관이 崔총경 입국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미 이민귀화국(INS)이 이를 무시했다는 점이 의혹거리다. 본인이 체류를 희망할 경우 이를 존중하는 게 상식이지만, 미 이민국이 우방국의 외교적 요청을 무시하면서까지 개인 의견을 존중했을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측은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가 崔총경에게 6개월짜리 장기체류허가서를 발부하고 공항을 빠져나갈 때 특별 경호까지 붙였다. 미국측은 직원용 통로나 별도의 특별 통로를 통해 崔총경을 빼돌렸을 것으로 뉴욕주재 한국총영사관은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우선 짚어볼 수 있는 것은 우리측이 '입국불허 요청'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여론에 몰려 서두른 나머지 일처리에 잘못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崔총경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INS에 崔총경 입국불허와 면담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崔총경을 보호하려는 '제3의 세력'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崔총경을 보호했을 가능성도 지적할 수 있다. 미 이민당국이 이처럼 崔총경을 특별배려했다는 것은 제3의 세력이 崔총경의 미국 도착 이전에 미리 미 이민당국과 접촉해 崔총경에 대한 각별한 처리를 당부했음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崔총경이 출국 당시 보였던 치밀한 준비성에서 '제3의 세력'이 이같이 개입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崔총경은 12일 밤 최규선씨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했다가 거절당하자 곧바로 사무실 소지품을 정리한 뒤 14일 오전 홍콩으로 출국했다. 이 과정에 호주 영주권자로 영어가 능숙한 사위를 대동했다. 이 과정은 모두 신속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崔총경이 다음 도피지는 어디로 결정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 도피할 것인지를 결정한 과정을 살펴볼 때 국내 소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했다는 의혹이 짙다. '서울→홍콩→자카르타→싱가포르→홍콩→뉴욕'까지 신속하게 이동했다는 것은 도피 자금은 물론 국내 정보까지 정확하게 제보받지 않고서는 어려운 노릇이다.

崔총경 뒤의 제3의 조직이 있다면 이를 현 단계에서 명확하게 짚어내기는 쉽지 않다.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최규선·최성규 간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는 세력일 것으로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강주안·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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