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초로 문자를 사용한 민족은 지금까지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던 수메르인이 아니라 이집트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자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 예일대 이집트고고학팀이 1995년 카이로 남부 게벨 조티 지역의 '전갈왕' 무덤에서 발굴한 점토판 그림들을 7년간 정밀조사한 결과 기원전 3250년 이전에 쓰인 그림문자의 일종으로 확인됐다. 가로·세로 각각 50㎝ 크기의 점토판에는 송골매·전갈·황소머리, 왕과 가마 등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부싯돌로 새겨진 듯한 이 그림문자들은 이집트의 고대도시 아비도스의 전설적인 지배자 전갈왕이 라이벌 도시 나카다의 왕과 전쟁을 벌여 물리친 뒤 개선하는 과정을 묘사한 역사기록으로 추정된다.
이는 기원전 3100년께부터 그림문자를 사용, 설형문자로 발전시킨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들의 기록을 1백50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점토판이 발견된 게벨 조티 지역은 고대 유적도시 룩소르에서 40㎞쯤 떨어진 나일강 중상류 지역에 위치하며, 기원전 19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알파벳 점토판이 발견된 장소와 인접해 있다.
연구팀의 존 콜멘 다넬 박사는 "점토판 하단에 전갈이, 상단에는 송골매가 그려져 있는데 매는 '호러스'란 고대의 신을 상징하며 호러스는 이집트사에서 왕을 지칭하는 말이므로 전갈과 송골매의 조합은 '전갈왕'이란 의미를 전하는 문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넬 박사는 "점토판의 그림들은 비록 아주 원시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어 역사상 최초의 문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