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논란 세종시 수정안 … 10분 만에 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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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핵심 법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됐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 18명이 기립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22일 오전 국회 본청 5층 국토해양위 회의실 주변엔 국토부 공무원과 특임장관실 직원 등 50여 명이 몰려 들었다. 국토위에서 세종시 수정안 표결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는 오전 10시에 열리기로 돼 있었지만 여야 원내수석 부대표 회담이 늦어져 오전 11시47분쯤 시작됐다.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은 곧바로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 4개를 동시에 상정했다. 잠시 정회한 국토위는 오후 2시 회의를 속개해 수정안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송 위원장을 포함, 31명의 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정종환 국토부 장관 등은 “수정안이 부결되면 ‘플러스 알파’도 없다”고 했고, 친박계는 “ 원안에 이미 ‘플러스 알파’가 들어 있다. 협박하지 말라”고 맞섰다. 한나라당 소속이 아니면서 찬성 의견을 밝힌 이는 무소속 이인제 의원이 유일했다.

오후 4시40분. 수정안에 대한 기립 표결이 시작됐다. 찬성 12, 반대 18, 기권 1표(송 위원장)가 나와 수정안은 부결됐다. 이후 관련 3개 법안도 모두 부결됐다. 걸린 시간은 10분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제기해 9개월여간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세종시 수정론은 일단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좌초한 셈이다.

◆ 본회의가 종착지=국토해양위의 표결로 세종시 문제가 종결된 건 아니다. 상임위에서 부결된 의안도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땐 본회의로 갈 수 있다(국회법 제87조).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8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본회의 부의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16대 국회 때 9번, 17대에도 두 번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28일 또는 29일 열릴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길 바란다. 문제는 본회의 의사 일정은 여야 협의를 존중해 국회의장이 정한다는 데 있다.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는 “예선에서 떨어지고도 본선에서 뛰겠다는 것”이라며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걸 반대한다. 하지만 국회법에 따른 절차를 막을 수 없다는 게 한계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움직임을) 일단 지켜보자”며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상정된다면 나름대로 각오하겠다”고 말했다. 당에선 표결에 참여해 부결시키거나, 표결에 아예 불참하는 등의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표결에 참여하면 수정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재적의원 291명 가운데 세종시 수정에 찬성하는 진영이 한나라당 친이계(90~100여 명) 정도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수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강력히 반대할 경우 “국회법대로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가 수정안을 직권 상정하지 않으면 세종시 관련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된 채 자동 폐기된다. 하지만 여권에선 박 의장이 직권 상정할 걸로 보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야당은 표결에 불참할 걸로 예상된다. 그러면 친박계 의원들도 퇴장할 걸로 보인다. 친박계가 본회의장에 남아 있으면 의결 정족수(146석)를 넘길 테고, 그럴 경우 본회의장에는 친이계가 과반수를 차지하게 돼 수정 법안이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고정애·이가영·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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