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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율 유연성’ 확대 착수 … 위안화 가치 5년 만에 최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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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 중앙은행이 위안화 환율의 탄력성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실제 이행했다. 위안화 환율 결정 시스템을 개혁하고 탄력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

인민은행은 22일 홈페이지에서 시중은행 간 위안화 환율 중간가격(기준가격)을 달러당 6.7980위안으로 고시했다. 유로에 대해서는 8.3816위안, 엔화에 대해서는 7.4740위안으로 각각 고시했다.

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전날(6.8275위안)보다 0.43% 높아진 것이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2005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고시된 중간가격은 전날 외환시장에서 실제 거래된 위안화 가치의 상승폭(0.42%)을 거의 대부분 반영한 것이다. 달러 가치 기준으로 하루 변동 제한 폭 0.5%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환율제도 변경에 관한 인민은행의 발표(19일) 이후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의 대폭 절상이 예상되면서 역외시장의 위안화 선물 거래가격이 크게 뛰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21일 위안화 중간가격을 19일과 똑같이 고시해 외부의 반발과 의혹을 사기도 했다.

그러다 사흘 만에 시장 환율을 거의 대부분 반영한 중간가격을 고시함에 따라 중국 위안화 환율 결정 시스템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기 시작한 2008년 9월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중국은 2005년 7월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하면서 시장 거래를 반영해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중간가격을 고시해 왔다. 외환시장에서 하루 전의 달러와 유로·엔화·한국 원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을 기초로 인민은행이 가중치를 적용해 이튿날 오전에 고시하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복수통화 바스켓 방식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수출 급감을 우려해 위안화 가치를 미국 달러에 고정시키는 페그제로 슬그머니 복귀했었다.

이와 관련, 존 헌츠먼 중국 주재 미국대사는 21일 “중국이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의 이번 조치는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중국 당국의 믿음을 보여줬다”며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이견을 줄이고 공감대를 키우는 방향으로 협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가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은 작다. 이날 홍콩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6.8229위안까지 하락했다. 전날 달러당 6.7969위안까지 올랐던 위안화 가치가 지난 주말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중국의 국영은행들이 달러를 대거 사들였다. 씨티뱅크의 켄 펭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환율 시스템 개선은 급격한 변화가 아닌 점진적 절상을 의미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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