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맞는 친구 위해 복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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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 '친구'를 보면서 친구를 지켜주는 게 의리라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억울하게 맞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꼭 복수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16일 오전 서울 금천구의 모 중학교 3학년 교실. 전날 동급생인 金모(14)군을 교실에서 흉기로 아홉차례나 찔러 살해한 피의자 方모(14)군이 현장검증 중 살해 동기를 밝혔다. 方군의 떨리는 목소리에 현장을 지켜보던 교사들은 고개를 떨궜다.

方군은 4년 전인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가 이혼한 이후 崔모(14)군과 형제처럼 지내왔다. 이런 崔군을 숨진 金군이 자주 괴롭히며 때리자 '욱'하는 마음에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학교 폭력이 결국 교실 내 살인까지 불렀다는 점에서 교육계는 충격에 빠졌다. 수업 중에, 그것도 모든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더욱 그렇다.

현장 검증 내내 朴모(56)교감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학교 인터넷에는 교내 폭력을 근절하지 못한 데 대한 분노를 담은 학생들의 글들이 폭주했다. 한 학생은 '너무 끔찍하다. 학교에 가기가 무섭다'고 적었다.

학교측은 뒤늦게 인터넷 게시판을 폐쇄하는 한편 사태 수습을 위해 사흘간 휴교하기로 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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