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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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월드컵 출전 엔트리 '입성'을 위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막판 경쟁이 뜨겁다. 선수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떠날 줄 모른다. 또 부상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존재를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지난 14일 오전 대표팀은 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에서 족구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러나 막판 엔트리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에겐 족구조차 마지막 기회였다. 이동국(포항)이 네트에 걸려 넘어졌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지만 이동국은 툭툭 털고 일어섰다. 주전으로 가는 '좁은 문'은 가벼운 놀이조차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만들었다.

대표팀 주치의인 김현철 박사는 15일 이민성(부산)의 부상 회복을 보며 "감동했다"는 표현을 썼다. 미주 전지훈련 당시 상태로는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박사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민성은 초인적인 노력으로 재활에 매달렸다.

왼발 아킬레스건을 다친 최태욱(안양)도 "아프면 제발 얘기 좀 하라"는 김박사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문 채 재활에 매달려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왼쪽 무릎과 발등을 다쳐 재활훈련을 해온 이천수(울산)는 15일 훈련 참가를 자청했다.

15일 오전 휴식을 취한 대표팀은 오후 4시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체력 및 전술 훈련 시간을 가졌다. 레이몬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30여분 가량 체력훈련을 한 대표팀은 전술 훈련도 베르하이옌이 정한 시간 간격으로 진행했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8대 8로 편을 가른 대표팀은 10분간 실전을 방불케 하는 강도 높은 미니축구를 한 뒤 2분간 짧은 휴식을 취하는 방식을 세 차례 반복했다.

이날 미니축구의 포인트는 수비라인의 조직력 강화. 김태영-홍명보-이민성의 스리백을 기본으로 수비수 가운데 한 선수가 공격에 가담할 경우 좌우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 이을용·송종국이 커버플레이를 들어오는 훈련을 반복했다.

대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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