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up) 계약서'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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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달 서울 강북권의 20평대 아파트를 판 김모(34)씨는 거래금액을 올리자는 매수자의 제의를 수락했다. 1가구 1주택자로 3년 보유하고 2년간 거주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아 거래금액을 올리더라도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대신 중개수수료를 매수자 측이 부담하도록 합의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서 거래 금액을 올리는 업(up)계약서 작성이 유행하고 있다. 매수자가 나중에 되팔 때 양도세를 덜 내기 위해 매도자의 동의를 얻어 미리 거래 금액을 높여 놓으려는 것이다. 매도자의 요구로 계약서를 실제 매매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다운(down)계약서와는 정반대의 변칙 거래 유형이다.

업계약서를 많이 작성하는 곳은 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이 많은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 일대 주택 투기지역이다. 은평구의 한 중개업자는 "투기지역에선 비과세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매수자가 나중을 생각해 이런 요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이 아니어서 거래 금액을 높이더라도 취득.등록세를 실거래가가 아닌 지방세 시가표준액(시가의 30~40%)으로 낼 수 있는 점도 업계약서를 선호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업계약서를 써줄 수 있는 매도자는 1가구 1주택의 비과세 요건(서울.과천.수도권 5대 신도시 3년 보유에 2년 거주, 나머지 지역은 3년 보유)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된다. 일산 신도시의 한 중개업자는 "거래 침체로 매물이 많다 보니 업계약서를 쓸 수 있는 매물만 계약하겠다는 매수자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약서는 실제 거래 금액의 10~30% 높게 작성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필 세무사는 "업계약서를 통해 집을 산 사람이 나중에 되팔 때 적발될 경우 양도세를 추징당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업계약서 관행도 중개업 법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7월이면 사라질 전망이다. 중개업자가 실거래가격을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 가격에 따라 취득.등록세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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