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쓴소리' 못참는 盧-李 : 노무현은 신문에… 이인제는 방송에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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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노무현(盧武鉉·얼굴(左))·이인제(李仁濟·(右))후보가 10일 언론에 대해 거친 비난과 공격을 퍼부었다. 盧후보는 조선일보를 향해, 李후보는 방송사를 향해서다.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기사를 보도한 매체를 특정해 "악의적인 허위 보도"라고 맹렬히 비난하며 '전쟁'이라도 선포하듯 강공을 폈다.

이인제 후보가 10일 방송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방송 3사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토로하며 욕설을 했다고 해당 기자가 밝혀 물의를 빚고 있다. 李후보는 이날 오전 10시쯤 SBS 尹모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이념·음모론 공세를 중단한다고 보도된 데 대해 항의했다. 尹기자는 '동아일보 폐간' 발언 시비가 제기된 지난해 8월 1일 盧후보와의 저녁식사 자리에도 참석했던 기자다.

다음은 SBS가 밝힌 통화 내용.

▶李후보=내가 언제 이념·사상 검증과 음모론 공세를 그만둔다고 했나. 왜 그따위로 보도하나.

▶尹기자=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녹취된 내용도 있다.

▶李후보=방송 3사가 똑같이 말이지… 너희들이 말야,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절대 그렇게 죽지 않아. 두고 보라구. 앞으로 사상·이념 투쟁을 더 치열하게 할거야.

파문이 일자 李후보측은 "방송사들의 오전 보도가 진의와 다르게 나가 李후보가 흥분했다고 해명했다. 李후보 본인도 尹기자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李후보 사상공세 포기' 보도 경위=李후보는 9일 밤 서울 자곡동 자택을 찾아온 김기재(金杞載)의원 등 6명에게서 "김대중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고, 盧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공방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건의를 받았다. 당시 李후보는 이를 수용하는 듯했고, 10일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제는 盧후보 개인 문제는 얘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내 정책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방송이 "색깔론·음모론 등이 먹히지 않자 방향선회를 했다"고 보도하자 李후보는 청주로 내려가다가 차를 다시 여의도로 돌려 이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李후보측은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 같다"고 하지만,"언론의 평가에 대해 원색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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