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부품도 '퀵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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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5년 내에 해운과 육로도 적극 활용하는 종합물류회사로 변신할 계획입니다."

세계 최대의 항공 송배달 전문회사인 DHL의 한국법인 DHL코리아의 배광우(65·사진)대표는 요즘 틈나는 대로 반도체 장비 관련 책과 자료들을 뒤적인다. 올해 초 반도체 제조 장비용 부품을 해외에서 공수해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메이커들에게 공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서류나 견본 등 단품(單品) 위주의 항공 탁송업을 주력으로 삼다가 전자부품 물류 서비스라는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한 것이다.

배대표는 "인터넷 거래 활성화로 기업들이 웬만한 서류는 온라인으로 주고 받으며, 물류 아웃소싱도 확산되는 등 국제 물류산업의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운송루트 개발, 물류 창고 확보, 재고 관리 등 준비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DHL코리아는 이달 초 경기도 기흥에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을 보관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최첨단 물류센터를 열었다. 지난해 3월에는 인천국제공항 내에 9백평 규모의 전용창고를 마련했고, 2004년까지 인근에 2천5백여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세울 계획이다.

한국이 아시아 지역의 물류 중심지(Hub)로 급부상하는 것도 DHL코리아가 종합물류회사로 변신을 꾀하는 배경이 됐다고 한다.

그는 "인천공항 개항 이후 그간 아태지역내 물류 거점역을 자임해 왔던 홍콩의 역할은 위축되는 반면 한국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중국·극동 러시아 등 아시아 주요 지역으로 전달되는 항공 화물들이 예전엔 대부분 홍콩이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했으나, 최근 인천공항을 거쳐가는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배대표는 "인천공항은 2시간 내에 연결되는 인구 1백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43곳이나 돼 입지여건이 유리하다"며 "중국·일본 등 경쟁국을 제치고 물류 거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들의 협력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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