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 방만경영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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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조만간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대출로 곤경에 처한 저축은행의 구제에 나설 모양이다.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줬다가 건설사의 부도 등으로 부실화된 채권을 구조조정기금으로 사주는 방식이다. 저축은행은 예금주의 대부분이 서민층이고, 동시에 지방·서민금융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저축은행의 부실이 표면화하기 전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조기에 정상화시킬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건설사 구조조정을 매듭짓기 위해서라도 부실 부동산 PF와 관련된 저축은행의 맷집을 어느 정도 다져놔야 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이번에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저축은행에 대해 철저한 자구 노력을 하도록 엄격한 경영 개선 약정(MOU)을 맺을 계획이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저축은행들이 과도한 부동산 PF 대출로 부실을 자초한 점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액 예금자들의 돈을 끌어 모아 무작정 부동산 대출에 퍼주는 저축은행들의 무분별한 경영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실채권 인수기관인 캠코는 2008년에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조7000억원어치의 저축은행 부실 PF 대출채권을 사줬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3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지방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위험을 관리하기는커녕 오히려 대출을 늘려온 것이다. 이는 과거의 구제금융지원이 저축은행들의 경영 행태를 바로잡는 데 실패했으며 새로운 부실을 막는 데 아무런 억제 역할을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무분별한 대출로 재미를 보다가 막상 부실이 터지면 이를 공적자금으로 메우면 된다는 안이한 경영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추가지원을 계기로 기존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것은 물론 차후에 저축은행 쪽에서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한 사전 감독체계를 구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