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순과 회담 교착·진전 거듭 환송 만찬에 對南通 대거 참석 : 林특사 방북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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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한은 임동원 특사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4일)과 실무협의를 바탕으로 5일 오전 합의사항의 윤곽을 잡았다. 그러나 공동보도문의 구체적 문안을 둘러싼 심야 줄다리기로 林특사의 서울 귀환이 당초 일정보다 하루 늦춰지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날 자정쯤 서울 상황실의 간부들이 하나둘씩 귀가하면서 "막판 문구 조정작업과 발표만이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했다.

○…오전 10시쯤 회담 관계자가 "이산가족 교환방문과 경협추진위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확인하자 특사의 방북활동이 마무리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대두.

하지만 해질녘이 가깝도록 아무런 진전상황이 전해지지 않자 일부에서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 시각 평양에서는 오찬을 함께하며 시작된 林특사-김용순 비서 간의 협상이 진전과 교착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6시10분쯤 프레스센터로 내려온 회담 관계자가 "林특사의 귀환이 내일(6일) 오전 10시로 늦춰졌다"고 발표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또 특사일행을 맞으러 판문점에 나간 정부 관계자와 취재기자들은 허탕을 쳐야 했다.

○…林특사의 귀환이 임박하면서 기자회견장으로 잡힌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는 1백50여명의 내외신 기자와 각 방송사의 중계차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미국의 CNN과 AP통신은 물론 일본 통신과 신문·방송사들이 대거 참여해 특사 방북에 쏠린 국제적 관심을 반영.

이 때문에 회담 대변인인 김홍재(金弘宰)통일부 공보관은 3층 상황실과 1층 프레스센터를 오가며 하루 수십차례 브리핑과 상황을 전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5일 오후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열린 김용순 비서 주최의 환송만찬에는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과 김완수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북측 협상대표 외에 대남통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안경호 서기국장을 비롯해 장관급 회담 전금진·김영성 전현직 북측단장, 남북경협을 총괄하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정운업 회장이 이들.

또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회담 북측 단장으로 나왔던 김택룡 내각 사무국 부장도 자리했다.

특히 강능수 문화상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아리랑축전과 관련한 현안이 이번 회담 기간에 다뤄졌음을 알 수 있게 했다.

회담 관계자는 "만찬에서도 참석자들 사이에 서로의 관심사가 폭넓게 논의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전용기편으로 방북했던 林특사가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는 것은 金국방위원장의 결단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회담 관계자의 귀띔.

당초 북측은 판문점이 미군 관할지역이라 기피했으나, 판문점 귀환의 상징성을 의식한 林특사의 건의를 수용했다는 것. 이 때문에 판문점 육로개방 합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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