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통 큰 합의' 있나 : 林특사 귀환보따리 궁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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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식목일인 5일 남북한은 화해·협력을 위한 한 그루의 나무를 함께 심기 위해 밤샘 진통을 했다.

특사파견을 통해 소강상태에 빠진 남북 당국대화를 재개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예방하는 방안에 의기투합해 이를 안팎에 알리기 위해서다.

◇공동보도문 어떻게 가닥잡나=정부가 올들어 대북정책의 5대 핵심과제로 정했던 ▶경의선 복원▶개성공단 건설▶금강산 육로관광▶이산가족 상봉▶군사적 신뢰와 긴장완화가 뼈대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 내기보다 이미 합의됐으나 지연되고 있던 일정을 다시 짜는데 초점을 맞춘 것.

지난해 방북단까지 선정하고도 미뤄졌던 4차 이산가족 상봉의 재개는 일찌감치 '0순위'로 거론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상봉장소와 시기를 둘러싼 이견이 적지 않았다.

추가상봉·생사확인이나 면회소 개설 등은 적십자 회담을 통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협추진위는 북측이 최우선시하는 사안으로 대북 식량차관 공여를 위한 실무문제를 논의하는 자리. 30만t 규모의 정부 보유 쌀을 지원한다는데 여야가 이미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예상보다 빨리 선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경의선 철도·도로연결이나 ▶개성공단 건설▶금강산 육로관광 등의 문제는 북한 군부와 연관돼 있어 군사당국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과 아리랑축전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에도 양측은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 고위 인사의 월드컵 참관이나 아리랑축전과 재북(在北)가족의 상봉을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은 남북 당국간의 실무협의를 통해 윤곽을 잡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태권도 시범단 교환이나 북한 경제시찰단의 서울방문 등 준당국 또는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당국이 지원하는 문제도 의견을 접근시켰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합의문 도출을 위한 막판 힘겨루기는 새롭게 제기된 사안 때문에 빚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전날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면담까지 이뤄진 마당이라 남북한이 이미 합의했던 대목을 갖고 맞설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김용순(金容淳)비서가 지난 3일 첫날 회담벽두에 제기한 '주적론(主敵論)철회'요구가 유력하게 지목된다. 공동보도문 전문(前文)이나 1항에 오를 한반도 정세관련 공동인식에 대한 표현도 민감한 대목.

이밖에 특사라는 성격상 5시간의 만남 동안 공개하기 어려운 매우 민감한 현안이 논의됐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남은 문제점=林특사는 햇볕정책 추진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하고, 金위원장의 구상을 직접 청취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어려운 임무를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나 특사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긴 하지만 다른 당국회담과 달리 취재진 없이 7명의 당국자만으로 대표단을 구성함으로써 평양에서의 3박4일 중 상당부분이 베일 속에 남게 됐다. 정부는 당초 특사문제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남북 당국간의 협의가 장관급 회담 등 정상채널이 아니라 2000년 9월 김용순 특사의 서울·제주방문 때처럼 최고위급 특사파견에 의존하는 형태도 바림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예정된 일정을 넘겨 막판까지 힘겨루기 구태를 이번에도 넘지 못했다.金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가져오지 못한 점도 아쉽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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