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이회창 '좌파적 정권'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와대 전윤철(田允喆·사진)비서실장이 4일 직접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를 공격했다. 하루 전 李전총재가 현 정부를 '좌파적 정권'으로 규정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田실장은 "21세기 정보화·세계화 시대의 정신에 맞지 않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며 "李전총재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경제살리기에 결집할 에너지를 소진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田실장은 기자간담회를 하기 전에 金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金대통령의 의지가 실려 있다는 의미다. 金대통령도 신문에서 李총재의 발언을 읽고 "참담해했다"고 田실장은 전했다.

그는 먼저 "李전총재의 한나라당이 그동안 영수회담이나 여야·정부의 정책협의에서 농촌·벤처·교육·과학기술 정책 등에 참여해왔는데 그렇다면 야당이 좌파적 정권에 동의해 왔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회복지정책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란 지적에는 "아르헨티나의 사회복지 비용이 정부 재정의 40%인 데 반해 우리 정부는 예산의 8% 정도"라고 반박했다.

대북지원 '퍼주기'라는 비난에도 "통일 전 동독을 지원한 서독정권도 좌파정권이고 퍼주기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李전총재는 "좌파정권으로 단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다분히 좌파적으로 비춰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7월 앤서니 기든스가 김대중 정권을 '중도좌파 정권'이라고 말할 때는 놀라지 않다가 내가 말하니 화들짝 놀라느냐"고 일축했다.

또 "6·25를 실패한 통일전쟁이라 하고, 대북지원 때 경제사정을 무시하고,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등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것" 등을 좌파적 정권으로 규정한 이유로 들었다.

전영기·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