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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좌파 감상적 대북정책 건전한 생각 압도할 위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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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내 좌파의 민족주의적 경향이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더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감상주의(emotionalism)는 건전하고 현실적인 생각들을 압도할 위험성이 있다."

국제위기관리그룹(ICG) 동북아 지부(소장 피터 벡)는 14일 발간한 보고서'다른 별로부터 온 형제에 대한 한국인의 견해'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ICG는 이 보고서를 워싱턴의 백악관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다음은 보고서 요지.

◆ 깊어지는 남남갈등='형제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한국의 여론이 양극화되고 있다. 온건파는 더 극단적인 목소리들에 눌리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현안에 대한 다수의 의견은 중도다. 그러나 이'조용한 다수'는 대부분의 정책 토론에서 배제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모색하는 대신 보수 반대파를 열받게 하거나 온건파나 심지어 무관심층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논쟁적 대안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익 내 일부'경고 주의자'가 말하듯 한국 정부가 사회주의 노선을 취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보수 진영이 대안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경제난을 업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보수 우익이 차기 정권을 차지하게 된다면 좌파에 대한 이데올로기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판 매카시즘 파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 한.미동맹 미래=이 같은 한국의 변화에 워싱턴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한.미 동맹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 변화를 무시하는 강경책을 미국이 계속 추진하면 반미감정은 증폭된다. 한국은 대미동맹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면서도 '미국의 독재'는 거부하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 한.미관계는 표류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 내재한 가장 큰 위험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전면 분열로 치닫는 것이다. 중.단기적으로 볼 때 양국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해 공통의 근거를 마련해야 할 절박한 필요성을 갖고 있다. 2009년 1월 퇴임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2008년 2월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 모두 자신의 정권과 비슷한 정권이 차기에 들어서길 기다리거나 희망을 가질 여유가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한.미 동맹의 균열이 계속되면 이는'힘의 공백'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론 핵확산을 야기하는 무기경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 ICG 그룹이란=개별 국가 단위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지역적.지구적인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세계적인 전문가, 전현직 고위 관리들이 1995년에 만든 국제조직이다. 위기 지역에 대한 정례 보고서와 지역 보고서를 발간해 위기 대응책을 제시한다. 본부는 브뤼셀에 있으며 회장은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이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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