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용역 직원 태업 … 노사문제에 발목 잡힌 월드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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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덴마크전이 열린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똑같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미녀들이 네덜란드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는 이들이 네덜란드의 바바리아 맥주 회사를 광고하기 위해 ‘게릴라 마케팅’을 한 것으로 보고 후반 시작 직후 응원석에서 쫓아냈다. 이들 중 36명은 경기장 내 모처로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의 안전을 책임진 경비 용역 직원들은 “약속된 임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용역회사 측이 하루 1500란드(약 24만원)를 주기로 해놓고 8분의 1 수준인 190란드만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남아공 정부는 훈련 중인 경찰학교 재학생 1000여 명을 대체 투입했다. 한국과 나이지리아전이 열릴 더반 소재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는 지난 13일 용역직원 500여 명이 병과 쓰레기를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다. 대니 조던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용역직원들의 권리는 존중하지만 월드컵 진행을 방해하려는 시도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남아공 정부는 문제가 생긴 4개 경기장 경호를 경찰에 맡기기로 했다. 이처럼 남아공의 노사 문제는 심각하다. 120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남아공 공공부문 노조도 8.6%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월드컵 기간이라도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월드컵을 빌미로 노동계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맑고 쾌적했던 날씨마저 월드컵을 외면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등 기온이 급강하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은 현재 겨울이며, 일부 산악 지역에선 눈이 내리고 있다. 최저 기온은 7도 정도지만 추위에 민감한 남아공인들은 파카 등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다닌다. 하지만 이번 추위는 한국-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17일을 전후해 물러간다는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엔 미모의 네덜란드 여성 36명이 일시 감금되는 사건이 있었다. 네덜란드-덴마크전이 열린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네덜란드 바바리아 맥주 회사의 미니스커트를 맞춰 입었기 때문이었다. 오렌지색 미니스커트와 비키니 모양 윗옷을 맞춰 입은 이들은 경기를 관람하다 후반 시작 직후 경비 요원들에 의해 경기장 내 모처로 끌려 나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측은 “후원사가 아닌 회사가 경기 현장에서 눈길을 끄는 ‘게릴라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조치에 나선 것”이라며 “감금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15일 남아공 국영 SABC 방송은 북한 대표팀의 선전을 높게 평가했다. 이 방송은 경기 시작 전엔 “북한은 이기면 자국민들에게 방송해 주고 지면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미스터리한 팀”이라고 다소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팀이 전반에 골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 종료 1분 전 골을 성공시키자 “환상적(fantastic)인 퍼포먼스, 투지가 있는 팀”이라고 치켜세웠다. 경기를 보던 세계 각국의 축구팬들은 한국 응원단이 북한의 선전에 기뻐하자 “한국과 북한이 사이가 좋으냐”고 묻기도 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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