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 복층보다 테라스 있는 단층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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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판교신도시 월든힐스의 단층형(위쪽 사진)은 넓은 테라스까지 갖춰 많은 인기를 끌었다. 복복층형(아래쪽 사진)은 집 가운데 정원이 있는 구조이나 오르내리기가 불편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LH 제공]

“복층보다는 단층을 더 좋아하고, 모양보다는 주택의 기능성을 더 중요시한다.”

판교신도시 ‘월든힐스’ 청약 결과에서 나타난 고급주택 수요자들의 일반적 취향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5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결과 일부 주택형은 688대 1의 경쟁률 속에 청약을 마감한 반면 12개 주택형은 미달됐다. 월든힐스는 구릉지가 많은 한국 지형에 어울리는 새로운 고급주택을 짓고자 LH가 국제 현상 공모로 설계한 타운하우스다. 경사지를 마당으로 활용한 테라스하우스 형태 및 복층(2층), 복복층(3~4층)의 연립주택 등 32개 주택형(300가구)이 선보였다.

688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주택형은 핀란드 건축가가 설계한 B5-1블록의 127.18㎡형. 이 주택형 외에 100대 1을 웃도는 경쟁률을 보인 109.64㎡형, 110.81㎡형, 118.47㎡형도 모두 이 블록이다. 공통점은 앞마당으로 활용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단층 구조라는 것. 단층에 대한 선호도는 같은 블록에 있고 집 크기도 비슷한 155.90㎡형과 156.55㎡형의 경쟁률을 비교하면 두드러진다. 단층형인 155.90㎡형의 경쟁률은 30대 1이었지만 복층형인 156.55㎡형은 7대 1에 그쳤다.

또 다른 특징은 기존 공동주택과 확연히 다른 혁신적 스타일이 대중의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것. 미달된 12개 타입은 모두 일본의 건축가가 설계한 B5-2블록의 주택으로 사방 벽이 통유리다. 다른 블록의 주택과 달리 B5-2블록은 집 가운데 정원이 있는 복복층(3~4층)으로 설계됐다. 집 크기가 같은 B5-1블록의 단층형과 분양가는 비슷하지만 주거 기능성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B5-2블록의 주택들을 살펴본 권모(45·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씨는 “밖에서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통유리 구조여서 사생활 보호가 어려울 것 같고 냉·난방비도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집안이 3~4층으로 이뤄져 있어 층당 면적이 좁고 집안 동선(動線)이 길어진다는 점도 다른 주택형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원색(파랑·주황·노랑)의 돌출 발코니가 특징인 B5-3블록의 주택도 관심을 많이 끌지 못했다. 99가구가 모두 1순위 청약에서 팔렸지만 청약경쟁률은 2.3대 1~8.2대 1에 불과했다. 유모(39·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씨는 “외국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해 집 모양은 좋지만 주거 기능성은 일반 아파트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월든힐스 청약에서는 대형 주택에 대한 낮은 선호도도 나타났다. 전용면적 127㎡ 이하의 주택에 유독 청약자가 많이 몰린 것이다. B5-1블록의 경우 127㎡ 이하의 주택형은 93대 1~68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136~193㎡ 주택의 경쟁률은 7대 1~76.5대 1을 나타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이번 청약 결과를 보면 국내 고급 주택 수요자들이 외관미를 강조한 구조보다는 실생활에 편리한 실속형 구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복층보다는 단층 구조, 대형보다는 중형에 사람이 몰린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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