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황선홍 "16강 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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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킬러'는 정확해야 한다. 정확한 자리를 잡아야 하고 정확하게 쏴야 한다.

황선홍(가시와 레이솔)은 21일(한국시간) 핀란드 평가전에서 이 두 가지 미덕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후반 41분 이을용의 패스를 받은 황선홍의 위치는 슈팅하기에 쉬운 자리가 아니었다. 황선홍은 힘을 뺀 채 공을 감아 찼다. 공은 골네트 오른쪽 상단에 정확히 꽂혔다. 후반 43분 오른쪽 엔드라인 앞에서 최용수가 가볍게 공을 톡 차올렸다. 황선홍은 정확히 골문 앞에서 그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들어 황선홍의 컨디션은 별로 좋지 못했다. 지난 1월 북중미 골드컵대회 직전 가벼운 부상을 당해 미국전에 나설 수 없었던 그는 쿠바전에 무리하게 출전하긴 했지만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후 대표팀은 '킬러 부재'의 난국을 타개하지 못한 채 졸전을 거듭했다. 오랜만에 해외파가 합류한 대표팀은 마침내 터져나온 황선홍의 두 골로 '골 가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황선홍은 이날 핀란드전을 통해 자신의 A매치 출전기록을 92회로 늘려 센추리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으며 자신의 A매치 골 기록 또한 49골로 늘렸다. 오는 27일 터키전에서 한 골을 추가한다면 A매치 50골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1988년 11월 7일 건국대 시절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황선홍은 이후 세 차례의 월드컵 때 늘 대표팀에 선발됐다. 하지만 무수한 골 찬스를 놓치며 94년 독일전 한 골이 월드컵에서의 유일한 골이다. 게다가 98년엔 본선 직전 벌어진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부상, 본선에선 한 게임도 뛰지 못했다.

핀란드전 두 골로 히딩크호의 해결사임을 재확인시켜준 황선홍이 홈에서 벌어지는 한·일 월드컵을 통해 이름 앞 수식어를 '불운의 골잡이'에서 '16강 해결사'로 바꿔달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장혜수 기자

◇황선홍 프로필

▶1968년 7월 14일 충남 예산 출생

▶1m84㎝·79㎏

▶숭덕초-용문중-용문고-건국대

▶레버쿠젠 아마추어팀-MSV부퍼탈-포항-세레소 오사카-수원-가시와 레이솔

▶94년 아시안게임 득점왕, 95년 프로축구 여덟 경기 연속골, 95년 프로축구 최우수선수, 99년 일본 J리그 득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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