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反昌 틈 더 벌어진다 : 한나라 내분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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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0일 "역사와 운명에 판단을 맡기겠다. 그 책임은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 전날 내린 '총재직 유지-당무 2선 후퇴' 결정을 밀어붙여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의 주변에선 반발과 비판과 지지가 뒤엉키고 있다.李총재는 기로에 선 모습이다.

◇"결정한 이상 동요 안 한다"=李총재는 이날 총재단회의 등에서 "동요는 있겠지만 공감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당 내분 수습안에 대해선 "일거에 국면을 전환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997년 대선 때부터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게 결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정 전엔 많이 고뇌·고심했으나 결정한 이상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19일 발표한 수습책은 측근과 주류측 부총재들의 입김이 반영된 것이다.

이날 밤 총재단회의에서 주류측 부총재들은 "당권을 놓으면 절대 안된다. 97년 대선 때 이한동(李漢東)대표가 후보 교체를 노리고 발목을 잡은 교훈을 잊었느냐"며 총재 경선 불출마 방안에 강력 반대했다. 회의 후엔 신경식(辛卿植)·정창화(鄭昌和)의원 등 10여명이 넘는 중진의원이 李총재에게 전화압력을 행사했다. 일부 의원은 "비주류 압박에 밀리면 우리가 탈당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결정했으니 따라야"=총재단회의에서 범주류계 부총재들은 비판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총재가 상황을 조금 쉽게 본 것 같다"면서도 "결정을 했으니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희태(朴熺太)부총재는 "우리 나름의 정치스케줄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고, 김진재(金鎭載)부총재는 "빨리 수습해 정신차리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재섭(姜在涉)부총재는 "당 분열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최대한 포용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李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강원도 도지사후보 추천대회에서도 "뭉치자"는 외침이 쏟아졌다.

◇계속된 반발=비주류와 중도·소장파의 반발은 거셌다.이부영(李富榮)부총재는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비등함에도 한나라당은 별다른 노력없이 집권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부총재직을 내던졌다. 김영춘(金榮春)의원도 당직(대외협력위원장)을 사퇴했다.

이날 홍사덕(洪思德)의원과 함께 중국으로 떠난 김덕룡(金德龍)의원은 "李총재가 어떤 사람인지 국민이 알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김만제(金滿堤)의원까지 "영남이 李총재의 조치에 실망했다. 영남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젊은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밤샘토론을 했다. 그리곤 "총재의 수습안이 대단히 미흡하다. 재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이성헌(李性憲)의원은 李총재에 대한 항의표시로 이 모임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

당내에선 주류·비주류 할 것 없이 李총재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을 걱정했다. 일각에선 "총재의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면 당원들의 동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춘천=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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