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파멸의 덫'풀어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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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황수정(히로뽕)-싸이(대마초)-성현아(엑스터시)로 이어진 연예인 마약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순간의 쾌락, 현실 도피, 단순한 호기심으로 빠져든 마약은 복용자와 그 가족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긴다.

마약 중독이라는 '파멸의 덫'에서 빠져나오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립은평병원 박종익 재활정신과장은 "마약 복용은 범죄가 아닌 질병으로 간주돼야 한다"며 "처벌보다는 마약 전문치료 병원을 늘리고 무료 마약퇴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마약 중독자가 스스로 병원을 찾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따라서 가까운 사람들이 설득해 병원으로 유도해야 한다.

서울시립은평병원 권정화 원장은 "마약은 대개 불안·우울·스트레스 상태에서 손대게 되므로 정서적으로 안정시키고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또 "마약으로 인해 깨진 직장, 인간관계까지 복원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마약의 폐해와 주변에서 마약을 권할 때 거절하는 법, 왜 끊어야 하는가 등을 알려준다. 마약의 독성이 심하거나 마약복용으로 인한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약물치료도 한다. 치료 기간은 2~6개월.

마약 복용자나 그 가족이 식품의약품안전청 마약관리과(02-380-1829)나 각 시도 의약과·보건위생과를 찾아가면 무료·비밀 치료가 가능하다. 2000년 7월 마약류 관리법에 환자 신상보호 규정이 추가됨에 따라 담당의사가 보건복지부·검찰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식의약청 안상회 마약관리과장은 "정부의 치료보호사업(올해 예산 국비·지방비 합해 3억6천만원)신청자에게는 법적 처벌을 하지 않는다"며 "신청하면 간단한 심사를 거쳐 치료를 받게 하고 재발한 경우에도 치료해준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이 사업을 통해 마약중독자 2백1명이 전국 23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히로뽕·엑스터시 등은 물론 최근 마약으로 지정된 염산 날부핀(환각작용 강함)복용자까지 치료보호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본드·부탄가스(마약으로 분류되지 않음)복용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유행 마약의 폐해=가출 후 4년간 엑스터시(마약)를 복용하다 엄마 손에 이끌려 최근 서울 E병원을 찾은 K양(20대)."누군가 쫓아와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극단적인 피해의식에 시달렸고 '벽에서 소리가 난다' "헛것이 보이고 환청이 들려 잠을 못이루겠다"고 호소했다.

'도리도리'(한국), '아담' 'XTC'(미국)로도 불리는 엑스터시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처음 나온 것은 이미 90년 전(독일)이다. 히로뽕과 사돈격인 마약이지만 히로뽕보다 값이 싼 대신 환각작용은 3~4배 강하다.

국립서울정신병원 오동열 정신위생과장은 "엑스터시는 열·혈압·맥박을 증가시키고 식욕 상실·혼수·정신 착란 등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그는 "특히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을 영구적으로 손상하고 인지(認知)기능·기억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국내 유통 마약류의 70%를 차지하는 히로뽕은 강력 각성제.

공주치료감호소 이미경 일반정신과장은 "히로뽕에 중독되면 식욕 억제·환시(幻視)·환청·피해망상이 생긴다"고 말한다. 치아·뼈·신경이 망가지고 쉽게 감염되며 위·간이 손상된다. 또 "오래된 중독자는 인격까지도 변해 유치·미성숙·충동적인 성향을 보이고 정서적으로도 위축된다"고 설명했다.

임신 중 복용하면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커진다.

야바(속칭 향기나는 약)는 히로뽕의 유사품. 한번 복용하면 3일간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환각효과와 중독성이 강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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