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노장 김현석 '창'에서'방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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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기록의 사나이' 김현석(울산 현대·사진)이 선수로서는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를 한 해를 시작했다. 올해로 36세. 아무리 "아직 체력에 자신있다"고 외쳐봐야 주변의 눈길은 그렇지 않다.

지난 17일 올 시즌 프로축구 개막전인 안양 LG와의 아디다스 조별리그 경기에 출전한 김현석은 10여년 걸쳐온 공격수의 옷을 벗어던지고 수비수의 자리로 내려앉았다. 자의반 타의반. 홍명보(포항 스틸러스)처럼 애초 수비수로 시작했다면 모르겠지만 서글픔을 감출 수 없다.

지난해 김현석은 대기록 행진을 거듭하며 공격수로서 불꽃을 태웠다. 국내 프로축구 사상 최초의 50(골)-50(도움)클럽을 개설한데 이어 통산 최다골 기록(종전 윤상철 1백1골)을 갈아치우며 1백4골까지 끌어올렸다. 영광의 시간은 지났고, 다시 현실의 벽과 맞닥뜨렸다. 안양 골키퍼 신의손(42)을 제외하면 최고령 선수. 결국 수비수로의 변신을 선택했다. 자신보다 한 살 적지만 은퇴한 박태하(35·전 포항)에 비하면 행복했다.

17일 경기에 후배 서덕규, 브라질 용병 끌레베르와 스리백 라인의 중앙수비수로 나선 김현석은 공격수 시절만큼이나 멋진 '황혼 데뷔전'을 치렀다.

안양의 공격수들과 1대1로 맞서 어김없이 공을 뺏어냈고, 역습 찬스 때는 전방으로 정확한 패스를 보내 공격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연장전까지 1백20분을 뛰었지만 체력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천수·현영민·정성훈·변성환·박진섭·신병호 등 대어급 신인들의 가세로 세대교체를 이룬 울산으로선 최후방에 자리를 잡고 공·수를 조율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고참의 존재가 든든하다. 김정남 울산 감독 역시 "그는 우리 팀의 간판스타다.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통해 대기록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배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울산=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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