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뉘우침은 인간 존엄성 되찾는 길 : 양심고백의 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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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도중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고백해 파문을 일으켰던 김근태 고문이 지난 12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김고문의 결단은 돈과 지역감정 등이 힘을 발휘하는 정치판에 신선한 충격과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본지 3월 13일자 1면,14일자 2면). 양심고백이 갖는 의미와 올바른 삶을 사는 방법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양심고백은 사회의 등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尹東柱·1917~45) 시인이 일제 식민지 상황에서 지은 '서시(序詩)'다. 이 작품엔 전생애를 통해 양심 앞에서 철저하게 정직하려 했던 지은이의 고뇌와 의지가 담겨 있다.

당시 많은 문인들이 변절과 친일을 일삼으면서도 자신을 변명하기에 급급했지만 윤시인은 민족의 수치를 스스로의 죄로 알고 참회하면서 삶을 마감했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른 말과 행동을 하려는 마음'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면서 양심에 따라 언제나 새롭게 살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양심고백은 자신이 지은 잘못을 뉘우치고 이를 알려 진실을 밝히려는 것이고, 양심선언은 권력남용이나 부정부패로 몸살을 앓는 사회병리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이를 폭로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사람에겐 누구나 양심이 있다. 양심은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다. 인간이 양심의 소리를 외면한 채 거짓을 일삼고 죄를 짓는 것은 스스로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다. 하지만 양심고백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밝히고 뉘우치면 존엄성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본지 2001년 6월 1일자 6면).

◇활동 주제

①우리 행동 중에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고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고쳐야 할 점을 찾아 리스트를 만들어 실천한다. 학급원 전체가 '나의 양심고백'을 주제로 글을 쓴 뒤 제일 친한 친구와 돌려보는 것도 좋다.

②러시아에선 크리스마스 전날 밤 친지들이 모여 한 해 동안 양심을 저버린 일을 고백함으로써 마음을 깨끗이 하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가족들끼리 모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다짐을 하는 연례 행사를 갖는 것은 어떨까.

③돌아올 피해가 두려워 양심선언을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참여연대와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은 부패를 시민의 힘으로 몰아내자는 '양심의 호루라기 불기 캠페인'(www.yangsim.org)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으로 양심선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궁리해 보자. 또 학급의 인터넷 카페나 게시판 등에 '양심고백의 방'을 만들고, 고백들에 대한 처리 규정도 만든다.

☞아름다운재단의 박원순 이사는 양심선언을 한 사람도 의인의 범주에 넣어 민간 차원의 보상을 하고 일정 기간 생활비를 보조하는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④양심의 등불을 높이 든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양심을 저버리는 사람들도 흔하다. 이같은 사례를 담은 기사 세건씩을 찾아 대비하고, 느낀 점을 적는다.

☞양심의 등불=32년 전 배가 고파 자전거를 훔친 과거를 속죄하기 위해 불우이웃 돕기에 발벗고 나선 중소기업체 사장(본지 3월 13일자 27면),버려진 양심=지난달 21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천5백m 결승 경기에서 우리나라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을 박탈하는 판정을 내린 심판.

⑤민주화의 도화선이 됐던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은 자칫하면 은폐 조작될 뻔했으나 담당 부검의와 검사의 증언 등으로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양심고백 사건을 찾아 '양심고백 역사신문'을 만들어 보자. 우리나라 역사에서 양심고백(선언)을 들어보고 싶은 사람들 '베스트 10'을 정해 그들의 고백문을 작성해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⑥불법 정치자금 사용을 고백한 김근태 의원에 대해 '양심고백을 감안해 선처해야 한다'는 옹호론과 '법 앞에 평등, 양심고백이 면죄부는 아니다'라는 준법론이 팽팽히 맞섰다(본지 3월 7일자 7면, 14일자 6면). 김의원 처벌을 놓고 찬반토론이나 모의재판을 한다.

이태종 기자

※코디네이터역=연정림(본지 NIE 연구위원)·이규철(본지 NIE 연구위원·안양 성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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