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TV 중계, 빛과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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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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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인 A사는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에 광고하는 것을 포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광고료가 껑충 뛴데다 인기·비인기 경기 광고를 패키지로 묶어 팔아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3사가 모두 중계를 할 때는 중견기업도 조금이나마 광고를 할 수 있었다”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광고 기회를 원천봉쇄당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광고를 한 기업도 상당수가 속이 쓰리다는 반응이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행사라 광고를 하긴 했지만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12일 치러진 한국-그리스 경기에 15초짜리 광고를 한 번 내려면 다른 조별 예선 경기와 결승 토너먼트를 합쳐 총 18차례의 광고를 해야 한다. 이 ‘묶음 광고’ 값은 4억4600만원 정도다. 다른 경기에 광고를 낼 생각이 없다면 약 3억7900만원을 내고 ‘실속형 패키지’를 사야 했다. 한국 경기와 대회 개막식·특별공연·하이라이트 등에 들어가는 광고 45개를 묶은 상품이다. 최고 101억원짜리 패키지까지 나왔다. 광고료의 절대 가격도 높아졌다. 이번 광고 패키지에서 한국-그리스 전 1건만 떼어놓고 계산하면 9200만원 정도다. SBS가 그간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했던 드라마 ‘이웃집 웬수’의 15초 광고료가 1300만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배에 이른다. SBS는 한국-그리스전을 응원 프로그램까지 합쳐 190분으로 늘려 편성했다. 보통 축구 경기는 150분 정도로 편성한다. SBS는 이 경기에만 76개의 광고를 받아 7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이 경기와 묶은 패키지 판매분까지 계산하면 2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대회와 비교해도 광고료가 많이 뛰었다. 한 증권사의 미디어 담당 애널리스트는 “방송 3사가 중계했던 2002년 월드컵과 비교하면 한국 경기의 광고료가 세 배 정도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그리스전에 광고를 낸 한 기업 관계자는 “그간 물가도 뛰었고, 과거 세 곳이 하던 중계를 한 곳에서 하니 세 배를 받아도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며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과거엔 세 방송사 중 한 곳에만 광고를 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세 배의 광고를 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한승호 기업분석팀장은 SBS가 이번 월드컵 중계를 위해 쓴 돈을 1086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반면 광고 판매와 인터넷 등 뉴미디어 재판매를 합친 매출액은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1197억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팀장은 “가능한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SBS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SBS 관계자는 “방송사들은 기존에도 월드컵·올림픽은 물론 인기 드라마 광고도 패키지로 판매했다”며 “(단독중계로) 광고 효과가 높은데다, 월드컵 광고를 사면 SBS의 다른 프로그램에 무료 광고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각종 혜택을 주므로 지나치게 비싸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규모 광고비를 집행한 일부 대기업 중에도 “과거보다 비싸긴 하지만, 광고 효과를 생각하면 못 낼 액수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광고 시청률을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한국-그리스전의 광고시청률은 37.45%(가구 기준)였다. 반면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됐던 드라마 ‘이웃집 웬수’의 5월 평균 광고시청률은 가구 기준으로 프로그램 시작 전이 7.75%, 끝난 뒤가 13.9%였다. 광고시청률은 3~5배 높아졌는데 광고료는 7배 올라갔다는 뜻이다. SBS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거리 응원을 하면서 중계를 본 사람이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광고시청률은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가 단독중계를 고집해 국민적 비용이 올라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숭실대 김민기(언론홍보학) 교수는 “SBS가 독점을 위해 비싸게 치른 중계권료를 기업과 시청자가 부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성공회대 최영묵(신문방송학) 교수는 “중계 독점을 한 특정 방송사에 광고 시장이 끌려다니는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선하·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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