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력 500명 이상 보내겠다" 北,EU에 연수지원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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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은 최근 유럽연합(EU)측에 수백명 규모의 정보기술(IT) 연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에 주재하는 EU 소속 한 외교관은 18일 "최근 유럽을 방문했던 북한 이광근 무역상이 유럽국가들에 5백명 이상의 북한 연수생을 파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3일부터 EU 순방을 시작한 이광근 무역상은 벨기에·이탈리아·스웨덴·영국 등 4개국을 순방하고 15일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IT연수 지원 요청을 받은 EU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외교관은 "당초 우리가 생각한 것은 연수생 2~3명 수준이었다"며 "북측이 너무 과도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관측통들은 유럽에 대한 북한의 대규모 연수 요청이 최근 평양에서 번지고 있는 'IT혁명'의 일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을 비롯한 주요 대학과 교육성 프로그램 교육센터 등에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센터가 속속 설치되고 있다. 북한당국은 이 교육기관에서 양성한 IT 인력을 대거 동원,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북한이 추진하는 IT 개발의 후원은 바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다. 金위원장은 지난해 21세기를 '정보산업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경제를 치켜세우고 발전시키려면 대담하게 최신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도 올해 공동 사설에서 정보기술과 정보산업 발전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북한 IT 인력의 산실(産室)은 평양컴퓨터기술대학이다. 1985년 3년제로 설립된 이 대학에는 컴퓨터공학부와 정보공학부, 정보연구센터 등이 설치돼 있다. 지난 16년간 이 대학이 배출한 IT 인력만 약 4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은정구역에 있는 이과대학도 IT 인력 양성의 주요 기관이다. 이 대학에는 컴퓨터센터를 비롯한 4개의 연구소가 있으며 수학·물리·컴퓨터·외국어 등 네가지 기초과목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과학기술의 메카'라 불리는 김책공업종합대도 IT 산업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승두 학장은 최근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네 과목을 철저히 이수하면 어디에 가든 쓸모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 대학은 컴퓨터를 비롯한 설비가 충분치 못하지만 현재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IT 인력 양성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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