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아파트용지 가격 대폭 인상에 업체들 아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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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한국토지공사가 공동택지 값을 자꾸 올려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주택업체들이 아우성이다. 그러나 토공은 "정당한 감정평가에 따라 개발이익을 공기업이 가져가는 것일 뿐"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 동탄 신도시에서 내년 하반기 일반아파트로는 마지막으로 분양될 동탄 4차 아파트. 이 아파트는 1~3차분보다 분양가가 최소 평당 80만원 이상 오르게 됐다. 토지공사가 최근 동탄 신도시 4차 공동주택 용지 3개 블록 3165가구의 아파트 건설분 7만385평에 대해 공급공고를 내면서 땅 분양가를 평당 441만7000~479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 7월 분양된 시범단지와 내년 2월 분양될 3차(2단계)의 중대형 평형 토지공급가보다 평당 100만원 정도 뛴 것이다.

특히 시범단지와 3차의 중대형 아파트 건설용지가 용적률이 200~220%인데도 평당 360만~380만원이었으나 이번에 공급될 땅은 최고 용적률이 180%이면서도 분양가는 훨씬 비싸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이럴 경우 아파트 분양가는 최소 평당 80만원 이상 뛸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평당 479만원 짜리 땅을 업체가 분양받으면 취득.등록세를 포함, 평당 495만원 정도 된다. 용적률 180%를 적용하면 아파트 가구당 토지비는 평당 276만원선. 같은 수준의 건축비를 들인다고 가정하더라도 용적률이 200%인 시범단지의 평당 190만원과 비교하면 아파트 분양가만 평당 80만원 이상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시범단지 분양 당시 평당 760만원(중대형 기준)이던 분양가가 840만원으로 뛸 수밖에 없다. D사 주택사업 관계자는 "땅 조성원가는 시범단지와 같을 텐데 1년반 만에 땅값을 평당 100만원이나 올린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안 그래도 미분양이 우려되는데 아파트 분양가를 올려야 한다면 어떻게 분양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 화성사업단 관계자는 "이 택지를 다시 감정평가해 책정한 가격"이라며 "그동안의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반영하니 땅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건설업체나 소비자가 챙길 개발이익을 공기업이 가져가 공익 사업에 쓰면 더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토공이 강원도 춘천시 거두2지구에서 이달 말 추첨으로 공급할 예정인 4블록의 아파트용지도 같은 경우다. 4블록 7384평에 436가구를 지을 수 있는 이 땅의 분양가는 평당 223만4000원이다. 그러나 지난 9월 말 나온 2, 3블록 아파트용지는 각각 평당 180만원과 199만7000원이었다. 같은 땅인데 석 달 만에 평당 23만~43만원이나 뛰었다.

땅값 상승에 따른 아파트 분양가 급등 현상은 다른 택지지구에서 드러났다. 2000년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용지는 대략 평당 250만원선이었다. 그러나 토공이 2002년 12월 호평에서 마지막으로 내놓은 한 개 필지는 평당 264만원으로 뛴 가운데 신명주택건설에 당첨됐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2001년 선보인 아이파크 33평형 분양가가 최고 평당 500만원이었으나 올 초 분양된 신명의 35평형은 평당 654만원으로 급등했다. 아이파크 등의 분양권 값이 오른 영향도 있지만 원가(땅) 상승에 따른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 한국주택협회의 한 관계자는 "땅의 가치가 상승하면 제값을 받아야 하지만 분양가를 억제하는 분위기에서 공기업이 너무 개발이익에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원가가 더 투입되지 않았다면 적당한 값에 내놓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황성근.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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