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발랄소녀 "연기도 짱 할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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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지난 해 여름 MBC 시트콤 '뉴 논스톱'에 새 인물이 합류했다. 슬픔이 배어나오는 R&B '눈물을 얼굴에 묻고'를 부른 가수라고 해서 반신반의했다.

저 장난기 많고 앳된 얼굴에서 어떻게 끈적끈적한 노래가 나왔을까. 궁금증은 계속됐다. 이 가수 겸 초보 연기자는 박경림·조인성 등 튀는 동료 연기자들 속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그녀는 화장실에서 얼굴이 벌개질 때까지 힘을 주고, 술에 취해 횡단보도를 사다리로 착각하고 기어 올라가는 등 '엽기' 연기를 거뜬히 소화했다. 미식축구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끼를 지닌 그녀는 바로 장나라(22)다.

"햐아, 그거 되게 힘드네…."

장나라는 요즘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데뷔 1년도 안돼 가수·연기자·VJ·CF모델·쇼프로 MC까지 종횡무진으로 뛰다보니 정신이 없을 정도다. 요즘엔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의 주인공을 맡아 더욱 분주하다.

"하루에 한두 시간밖에 못 자요. 제가 원래 '잠 공주'인데 어디서 이런 힘이 생기는지 몰라요. 그리고 집에서 밥 먹어본 지 한달이 넘었어요 잉."

어린 나이에 부모 품을 떠난 게 서러운 듯 아무에게나 어리광을 부리는 그녀지만, 연기를 시작하면 태도가 1백80도 바뀐다.

충청도에서 사기꾼 부모와 빚쟁이를 피해 혈혈단신 서울에 올라와 식모살이를 하는 모습은 억척 그 자체다. 불의를 보면 저돌적으로 달려들고 웬만한 짐은 덥석덥석 들어올린다.

캐스팅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 데 비해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이다. "충청도 사투리 쓰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할머니가 그곳 출신이라 많이 배우긴 하는데, 저 괜찮아유? 1, 2회 방송이 나간 후 가족들이 잘 한다고 말해줘 안심했어요."

장나라는 원래 연기 지망생이었다. 가수로 데뷔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고교 시절 CF 촬영 도중 그녀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눈여겨본 한 기획자가 그녀를 가수의 길로 인도했다.

"저에게 가수의 끼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식구들 모두 음치거든요. 그런데 음반 활동을 하다 보니 연기보다 노래가 더 좋더라고요."

그 때문에 '명랑소녀 성공기' 출연도 주저했다. 노래에 집중하고 싶었고 9월께엔 2집 음반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인 연극 배우 주호성(본명 장연교)씨가 뜯어말렸다. 연기자로서 싹을 보았기 때문이란다.

"이제는 노래냐 연기냐 고민하지 않고 좀 편하게 생각할 거예요. 연기를 잘하는 데 노래나 춤이 도움이 될거고, 노래를 할 땐 연기를 통해 얻은 간접경험이 묻어날테니까요. 이걸 시너지 효과라고 하나?"

장나라는 생일(18일)을 맞아 17일 장충체육관에서 큰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장나라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라는 행사에서 팬들이 1천원씩 기부한 돈을 모아 북한 어린이에게 분유를 보내기로 했다.

"다 같이 잘 사는 게 행복한 것 아니냐"고 수줍게 말하는 명랑 소녀 장나라. 그녀가 그간 보여준 '엽기''발랄'에 더해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그녀의 눈에서 반짝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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