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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청소년문화센터 ‘도모다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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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청소년문화센터(양천구 신월3동) 일본 문화 동아리인‘도모다찌’의 핵심 멤버는 여고생 3인방이다. 6년간 붙어 다닌 이들은 ‘볼꼴 못 볼꼴 다 본 절친’이자 선의의 경쟁자’다. 신월청소년문화센터 송년파티 슈퍼스타 인기상, 동아리 대표상 등 동아리 활동으로 그동안 8개의 상도 휩쓸었다. “공부에 열중해야 할 고3이지만, 꿈을 키워준 동아리 활동도 소중하다”는 당찬 여학생들이다.

어느새 6년이 됐다. 대표 김수연, 부대표 김지선·정수정(이상 광영여고 3학년)양이 ‘도모다찌’에서 함께한 세월이다. 5명이 정원인 소규모 청소년 동아리에서 이들 3명은 도모다찌를 일궈내고 다듬어낸 주축이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일본 문화 동아리 재미있겠는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동아리 방을 찾았다.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선배 언니 1명과 일본 드라마와 영화·애니메이션을 보며 시간을 보낸게 다였다.

그러다 동아리의 취지를 살리자는 의도로 다음해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갔다. 드라마로만 접했던 일본은 얼핏 한국과 비슷했지만 전철을 타는 방법도 다르고 역사도 달랐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첫 여행이었다.

오사카에 다녀온 후 도모다찌에 일본어 공부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12월 JLPT(일본어능력시험) 2급에 합격한 수연양은 “혼자 공부했으면 이 정도까진 안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매주 토요일 동아리 방을 찾는 일도 당연한 일이 됐다. 평소엔 일본어를 딱히 쓸 일이 없어 함께 모여 공부하는 시간이 실력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드라마도 그냥 ‘보기’만 하지 않는다. “한국어 자막을 보며 일본어를 따라하다 보니 발음도 좋아졌다”는게 지선양의 말이다. 지선양은 지난 중간고사에서 제2외국어 일본어 과목 전교 8등의 성적을 받았다.

그렇다고 이들이 공부만 파고드는 소위‘범생’은 아니다. 지선양은 “‘폭풍 친화력’으로 놀기에 몰입하는 유쾌한 아이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노터치’, 청소년문화센터 생일을 축하하는 ‘We즐’, 양천청소년 문화축제, 그리고 센터 송년회 등 다양한 지역 축제에 참가하고 있어요. 축제 때는 보통 일본 음식이나 게임 등을 체험하는 문화부스를 만들어요.” 수연양의 말을 수정양이 이어 받았다. “지난해는 일본 전통 의상인 유카타를 입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어요.” 일본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수 보아의 ‘메리크리’를 불러 인기상을 수상했다. 상금으로 받은 문화상품권(10만원)은 문제집 사는 데 썼다.

도모다찌 아이들은 “일본 문화에 너무 빠져 지내는 건 아니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일본을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 역사 공부를 하다보니 우리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지더라”며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다”고 덧붙였다.

고3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조급할만도 한데 아이들은 힘든 내색이 없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동아리 활동 전까지만 해도 꿈이 확실하지 않았다”는 수정양은 “동아리 축제를 기획하고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 새록새록 생겼다”고 말했다.

지선양은 “대학졸업 후 취업만 진로로 생각했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국제교류와 관련한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수정양과 동아리의 막내 김채희(신원중학교 2학년)양은 대학생이 되면 일본 배낭여행을 갈 계획이다. 수연양은 자신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일본 친구가 호떡믹스를박스로 사가는 걸 보고 일본에서 장사를 해볼까 궁리했다. 수연양은 “돈을 모아 일본에서 이를 실천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요새 몰두하는 일은 후배 양성이다. “저희가 센터 내에서도 소문난 장수 동아리거든요. 선배가 우리에게 해줬듯 지금의 후배들에게 동아리 활동에 재미를 느끼고, 청소년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새로운 도모다찌(친구)를 구해요. ‘도모다찌’에 어서오세요!”

[사진설명]“놀 때는 신나게, 공부는 치열하게!” 동아리 활동으로 꿈을 키우고 있는 ‘도모다찌’ 김수연·김채희·김지선·정수정양(왼쪽부터).

▶문의=02-2604-7485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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