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식회계는 反사회적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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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용어 설명>

◇지분법=A사가 B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B사의 경영실적을 지분 비율만큼 A사의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2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지분법을 적용해야 한다. 주식을 보유한 회사가 관계사와 내부거래를 통해 자신의 손익을 조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부(負)의 영업권=회사를 살 때 그 회사의 회계장부에 나타난 가치보다 적게 주고 산 경우 장부상 가치와 지불한 가격과의 차이를 부의 영업권이라고 한다. 즉 장부상 자산이 1천원이고 부채가 5백원인 회사(순자산가치 5백원)를 3백원에 샀다면 2백원이 부의 영업권이 된다. 회사를 사고 팔 때 예상치 못한 손실을 고려해 싸게 파는(사는) 경우에 발생한다. 매입 회사는 이를 곧바로 이익으로 처리하지 않고 실제 손실이 발생할 때 회계처리한다.

◇영업권=부의 영업권과 반대 개념. 회계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자산, 즉 회사의 특별한 고객이나 특허권 등으로 인해 앞으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매입 가격을 높여준 경우에 발생한다. 영업권도 회사를 살 때 곧바로 손실 처리하지 않고 무형의 자산으로 인한 이익이 발생할 때마다 상계처리 하며 20년이 시한이다.

분식회계 혐의로 적발된 대기업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 증선위는 14일 하루종일 진통 속에 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예상보다 강도 높은 제재가 내려졌으며 해당기업들과 회계법인들은 이에 반발, 향후 거센 논쟁이 일 전망이다.

◇적발된 혐의내용은=적발된 기업들은 대부분 회계를 조작해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화실업의 경우 투자유가증권과 관계회사에 빌려준 돈을 예금으로 잡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은행 예금통장 사본을 조작하거나 은행조회서를 변조, 감사인에게 제출한 혐의다. 외부감사를 방해한 것이다.

회사와 대표이사가 검찰에 고발됐는데, 이는 분식회계와는 별도로 외부감사 방해죄를 적용한 최초의 사례가 된다.

흥창은 해외거래처에 대해 허위로 수출을 계상하거나 재고수량이 많은 것처럼 부풀려 재고자산을 늘려잡았다. 이로 인해 불려진 자산은 99년 7백48억원, 2000년 9백99억원이었다.

LG산전은 영업권을 과대계상한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4월 LG금속을 흡수 합병했을 당시 이 회사가 자본이 잠식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1조2천7백여억원을 영업권(프리미엄)으로 계상했다.

5개월 뒤 LG금속의 주력사업을 팔았기 때문에 1조원만큼 영업권을 줄여야 했으나 4천4백억원만 감액한 혐의로 적발됐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한화, 한화유통, 한화석유화학 등 한화계열 3사는 2000년 결산 직전 서로 지분을 싸게 사들인 뒤 취득가액과 순자산가치의 차액을 모두 '부의 영업권'으로 처리해 한꺼번에 영업이익으로 잡은 것이 지적됐다. 그 액수는 수천억원에 달한다.

동부건설·동부제강·동부화재 등도 같은 경우다. 즉 '부의 영업권'을 한꺼번에 이익으로 계상했다는 것이다. 동국제강 역시 연합철강을 인수하면서 주식취득 금액과 장부가액과의 차이를 회계연도 말에 일시에 이익(5백80여억원)으로 잡았다. SK케미칼도 같은 경우이나 규모가 44억원에 그쳐 시정요구라는 경징계만 받았다.

'부의 영업권'은 20년에 나눠 이익으로 잡아야 함에도 1년이라는 단기에 처리했다는 당국의 설명이다.

◇강도높은 제재 배경=금감원이 지난 3년간 상장회사 감사보고서 중 표본추출해 감리를 벌인 결과 회계분식으로 지적되는 비율이 30.3%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대우계열사에 나타났듯 분식회계와 이를 묵인하는 회계법인의 감사 관행이 뿌리 깊이 정착돼 있다고 금감원이 판단한 근거다.

금감원은 "분식회계는 투자자에 대한 사기행위에 그치지 않고 시장기능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반사회적 범죄"(이근영 금감위원장)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증선위는 이번에 장부누락, 회계조작 등 고의성이 있는 회사와 임원은 과감히 검찰에 고발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강도 높은 제재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지시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지난 8일 금감위의 업무보고 때 "분식회계를 철저히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 엔론사의 분식회계 사태도 당국이 칼을 빼어 든 배경이 됐다.

특히 올해 안에 도입 예정인 집단소송제 대상에 분식회계자료를 공시한 기업과 감사인을 포함해 투자자가 쉽게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소송제기 가능성도 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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