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국어란 표현 안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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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어'가 아니라 '일본어'입니다."

일본의 '일본어학회' 마에다 도미요시(前田富祺.67.오사카대 명예교수.사진) 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이 학회(회원 2500명)는 일본어.일본문학 관련 일본 내 최대 규모의 학술단체. 1944년 창립 이후 '국어학회'라고 써오던 명칭을 60년 만인 올해 1월 1일부터 '일본어학회'로 바꿨다. 한국일어일문학회가 12월 10~11일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그를 따로 만나 학회 명칭 개정 전후의 내막을 들어봤다.

"'국어'란 이름은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에 만들어진 용어로 '국가 언어'(National Language)란 뜻입니다. 자국 중심적이어서 외국인이 볼 때는 말이 안 되는 용어입니다. 세계 5000개 언어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를 살린 '일본어'(Japanese Language)가 객관적 표현입니다."

명칭 개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3년간 찬반 공방전이 벌어졌고, 지난해 2월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됐다. 강하게 반대했던 일부 회원은 개표 후 탈퇴했다. 내년엔 '국어학'이란 학회지 이름도 '일본어 연구'로 바꿀 예정.

명칭 개정은 일본 내 대학 '국어국문학과'의 70%가 이미 '일본어일본문학'으로 바꿔온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1975년 오사카대학 대학원에 일본어학과가 처음 생겼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기 위해서였는데, 외국인에게 '국어'라는 표현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후 사립대는 대부분 '일본어'로 바꿨어요."

'국어냐 일본어냐'는 논쟁은 20년 전에 시작됐다. 이에 앞서 역사학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역사 교과서의 '국사'란 명칭을 '일본사'로 바꿨다. "전쟁에 대한 반성의 일환이었죠. 하지만 현재 일본어의 경우 초.중.고 교과서는 여전히 '국어'라고 합니다. 일본어학과를 나온 사람들이 늘어나면 점차 바뀌겠지요."

한편 '국어국문학회'의 이혜순(이화여대 교수) 회장은 "대학이나 학회에서 '국문학'을 '한국문학'으로 바꾸자는 문제제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한국어.한국문학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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