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거품 걷어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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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국경제인연합회(www.fki.or.kr)는 14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과 투자가 회복될 때까지 현행 재정·금융정책 기조는 지속돼야 한다"며 금리인상 주장론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전경련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많다. 하루 전인 13일 오후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원로자문단회의에서도 '경기 과열' 우려가 많았다.

원로들은 특히 기업자금흐름은 막혀있는 데 반해 가계대출 등 소비자금융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위기가 일어난다면 기업이 아니라 가계부문 때문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전경련 원로자문단회의는 전직 국무총리와 부총리 등 경제계 원로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날 회의엔 12명 멤버 중 신현확·유창순 전 국무총리, 김준성·이승윤·나웅배 전 경제부총리, 송인상 전 재무부장관, 노창희 전 영국대사 등 7명이 참석했다.

◇"가계 거품이 문제다" vs "걱정할 것 없다"=이날 회의에선 거품 경기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원로들은 최소한 주식과 부동산 등은 거품이 끼여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인상 한국능률협회장과 이승윤 금호그룹 고문은 가계대출 급증과 파산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돈은 엄청 늘었지만 기업으로는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고, 오히려 가계대출 등에 몰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고문은 "가계대출금리가 5~6%로 매우 낮고, 사람들의 기대수익률은 수십%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출을 두려워하지 않고, 은행도 이에 편승해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일부 우량 대기업을 제외하면 기업대출금리가 10%를 넘고, 그나마 빌리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宋회장은 "자칫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창순 전경련 명예회장도 금리가 너무 낮아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경기회복은 내수 중심이기 때문에 그리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준성 이수화학 명예회장은 "소비자금융 급증은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강조했다. 가계 일부가 파산하더라도 나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또 부동산이 과열 기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동산값은 떨어지는 게 더 큰 문제이므로 지나친 규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고문과 宋회장은 정부의 세심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문은 "미국도 1960년대에 소비자금융이 문제됐었다"면서 "당시 미국은 분할 상환액과 이자율을 조절하는 정책을 다양하게 펴 소비자금융을 진정시켰다"고 말했다.

宋회장도 "이런 미국의 경험을 참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웅배 전 경제부총리는 "금리를 올리면 빚을 많이 지고 있는 기업이 문제된다"면서 금리인상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욱 전문기자·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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