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생기자 코너] '한산모시' 신비 체험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며칠 전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신성리 갈대밭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10만평이 넘는 갈대밭에서 갈대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살짝 누우며 은빛으로 춤추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우리 가족은 갈대밭으로 가는 길에 한산모시박물관에 들러 모시 제품을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나와 동생은 박물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곳에서 안내를 맡으신 아주머니의 정성어린 설명 때문이었다.

여러 채의 한옥식 건물로 이루어진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우리를 안내해 주겠다고 앞장서셨다.

모시는 하얗고 기다란 모시풀 줄기의 껍질을 잘게 쪼개 모시실을 만든 다음 베틀로 짠 피륙이다.

예부터 습기 흡수와 발산이 빠르고 빛깔이 희어 여름철 옷감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한산에서 나는 모시를 특상품으로 친다고 한다. 처음엔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모시풀로 모시실을 만들고, 짧은 모시실을 이어 긴 실을 만드는 방법,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모시실을 구분해 베틀에 걸고 피륙을 짜는 과정 등을 들으며 점점 모시의 신비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주머니는 마치 한산모시에 대한 애착의 일부를 세명뿐인 우리 관람객에게 조금이라도 나눠 주시려는 듯 간절한 표정이었다.

아주머니는 "좋은 모시옷은 직접 손으로 실을 삼아 이은 다음 수개월 동안 베틀질을 해야 고작 한벌이 나온다"며, "이제는 모시를 짜는 숙련된 사람이 부족해 걱정"이라고 말끝을 흐리셨다.

나는 모시에 대한 애정을 듬쁙 담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신 아주머니 덕분에 잊혀가는 우리 전통 옷의 우수성을 깨우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또래 친구들도 이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유진 학생기자(경기 나곡중3)

ADVERTISEMENT
ADVERTISEMENT